[퇴원합니다]뇌출혈 신화자씨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가족은 모두 저와 ‘영원히’ 헤어지는 줄 알았지요.”

1일 서울삼성병원 1464호실에서 퇴원을 준비 중인 신화자씨(61·여·사진)는 뇌출혈 때문에 ‘저승의 문턱’까지 갔다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밤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만 모두 5번 받았다. 한때 의식을 잃었고 몸 오른쪽이 마비됐지만 지금은 걸을 수 있고 의사 표현도 가능하다.

신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산에 가 사촌들과 노래방에서 놀다가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진 뒤 쓰러져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선 뇌출혈이라고 진단했지만 수술은 못한다고 했다. 26일 아침 가족은 급히 앰뷸런스를 불러 신씨를 서울로 옮겼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신씨는 그날 오후 6시경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벌써 쓰러진지 40시간이 지났다. 응급실 근무자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있던 신경외과 교수를 긴급호출했고 이튿날 6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전교통동맥의 거미막밑출혈’이었다.

수술 뒤 한 달 이상 혼수 상태가 계속됐다.

“그런데 올해 2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아내가 눈을 깜박거리면서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간호하던 남편 이상국씨(63)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한 달 동안 아내가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씨는 아직도 또박또박 말하지 못하는 아내 대신 말했다.

“그동안 아내는 혈압이 조금 높았을 뿐 건강상 아무런 이상도 없어 뇌출혈은 딴 세상 얘기인줄 알았습니다. 막상 일이 닥치니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절감했습니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동맥류는 뇌동맥 중 약한 곳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다. 성인 10명 중 1명에게서 생긴다. 동맥류는 있지만 아무 증상 없이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일단 혈관이 터지면 사망률이 30∼40%로 높은 편이다.

신씨는 약간의 고혈압에다 머리 양쪽에 동맥류가 있었다. 왼쪽 동맥류가 터져 몸 오른쪽이 마비되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왔다. 대개 뇌혈관이 터진 이후에는 평소 없던 두통까지 생겨 점점 악화된다.

신씨의 경우처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주위의 사람들이 당황해 물이나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숨구멍으로 넘어가서 숨이 막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손이나 목에 침을 놓는 사례도 있는데 이 때는 혈관 부위에 자극이 되어 오히려 출혈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편안한 자세로 숨을 쉬게 만들고 빨리 신경외과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상책이다.

신씨의 경우 뇌 양쪽 뇌동맥류를 미세현미경으로 보면서 작은 클립으로 꽉 묶어 출혈을 무사히 막았다. 신씨는 수술 뒤 재출혈과 뇌혈관수축 뇌수종 등의 합병증을 무사히 넘겨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신씨의 경우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고 고혈압을 잘 조절하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될 것이다.

홍승철(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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