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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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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유아가 책을 같이 본다는 것은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300명의 부모와 간호사에게 북 스타트 꾸러미가 제공되었으며, 버밍햄 대학은 그 추이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북 스타트 운동의 혜택을 본 유아들은 독서 습관이 붙었고, 도서관 이용, 북클럽 가입이 현격히 많았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읽고 쓰는 능력과 수치계산 능력도 훨씬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독서 캠페인 그리고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었다. 2000년 여름 영국의 92%지역에 월 10만 권의 책이 전달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영국의 한 지역의료기관을 소개하는 이유는 과학기술의 대중화에 골몰하던 나에게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의 영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은 미래의 예비과학자인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1년에 1권 이상씩 과학도서를 전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운동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범람하는 정보화 시대에 하필이면 책이냐고 되물을 사람도 있겠으나 책을 버린 정보화와 책을 읽지 않는 인터넷은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은 농어촌, 산간 벽지의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마인드와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며 과학 격차(science divide)를 완화시키고 정보의 공유를 통해 민주주의의 완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운동은 과학기술자들의 손으로 시작해야 한다. 정성이 담긴 한 권의 책을 통해 미래의 과학자들을 키우는 것은 우리 과학기술인들의 사회적 책임이다.
근래에 국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지원하는 85만 명 중 이공계 지원비율은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수학·물리 등 각종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거두는 뛰어난 성적을 낸 우수한 인재들이 미래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하도록 지속적으로 이끌어주는 제도도 미비한 실정이다.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은 그간 우리과학기술계가 잃어버렸던 의지와 과학기술인의 리더십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를 선도하는 과학기술인의 역할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입국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