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FRB금리인하 증시회생에 불충분 "

  • 입력 2001년 4월 23일 15시 22분


지난 주 단행된 미 연준리(FRB)의 전격금리인하가 꺼져 가는 미국증시에 단 불을 지필 수 있을까?

지난 19일 연준리의 기습적인 금리인하 직후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실적이 더 이상 나빠질 가능성이 없다는 믿음으로 적극적인 주식매수세를 보였다. 나스닥은 10.3%가 폭등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 역시 5%선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각) 연준리의 금리인하에 따른 증시의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미국증시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집중된 이번 주에 기업들의 실적개선 징후가 없다면 주가는 다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연준리의 금리인하 직후 나스닥의 상승세는 이틀밖에 가지 못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블루칩의 주가는 5%이상 빠졌다. 연준리의 금리인하가 당장 기업실적을 개선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전문가와 시장전략가들 역시 연준리의 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적어도 반년 이상이 걸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실적개선의 신호를 보이지 않는 기업의 주식을 끝없이 사들이고 있다. 상당수의 시장전문가들도 그 동안 악재란 악재가 다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나쁜 소식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밸류라인 자산운용의 투자매니저인 필 올랜도는 "증시가 바닥수준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주가의 급격한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호전에 의문을 제기했다. 톰슨파이낸셜/퍼스트 콜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S&P500에 속한 235개의 기업중 57%만이 전망치를 상회한 1분기 실적을 낼 것이며 나머지 기업들은 전망치에 턱없이 모자라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P500지수에 속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전망치에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한 시장전문가는 기업들이 하향조정한 전망치를 달성했을 때 시장이 보이는 반응을 보며 "시장이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현재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번주에 예정된 기업들의 실적발표와 함께 소비자신뢰지수, 신규주택판매, GDP통계등 각종 경제지표도 증시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