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열전]이경숙 숙명여대총장 "권위보다 열린 마음 중요"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30분


최근 총장을 공모하는 대학들마다 가장 중요한 자질로 경영능력을 내걸고 있다. 지성과 덕망은 여전히 중요한 자질이지만 대학 재정난과 대학의 역할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경영능력에 첫째 자리를 내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시대가 열리면서 최근 주목받는 인물중 한 명이 숙명여대 이경숙(李慶淑)총장이다. 이총장은 비전제시 전략설정 조직통합 대외활동 자금조달 등 기업 CEO에게 필요한 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총장이 1994년 13대 총장에 취임했을 당시 숙명여대는 침체된 분위기에 장기발전전략도 없고 교육시설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총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6년 창학100주년을 목표로 제2창학 비전을 내걸고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또 이를 뒷받침할 자금조달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이총장이 “발전기금 1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자 주위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숙명여대는 그전까지 1억원도 제대로 모금해본 적이 없었던 것. 이총장은 동문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한번 더내기 캠페인’을 벌이며 실소를 감탄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금까지 조성된 기금은 460억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김종의(金鍾義)교수는 “이총장의 배짱과 설득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경영전략가들을 보면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어 놓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총장은 이런 능력도 보여줬다.

“캠퍼스가 작고 사람도 적다는 약점을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할지를 고민했습니다. 해답은 정보화였습니다. 규모가 적다보니 다른 대학보다 적은 비용으로 앞선 전산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우리학교는 국내 대학중 처음으로 무선 근거리통신망(LAN)을 학교 전체에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노트북컴퓨터를 빌려줘 아무 장소에서나 선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무선 LAN의 도달거리는 250m에 불과하기 때문에 캠퍼스가 큰 대학은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이총장은 다른 대학보다 한발 앞서 전산시스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실험단계의 정보통신(IT)기술까지 과감하게 도입했다. 또 정보방송학과와 가상교육센터를 신설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여성들의 정보화를 위해 정보통신센터를 설립, 정보화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총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숙명여대는 이보다 한해 앞서 정보화최우수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총장의 리더십은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다. 김종의교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동참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설득형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이총장 스스로는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작년 5월 학부모 초청행사에서 컬러가발을 쓰고 나와 학생들과 함께 테크노댄스를 춘 것은 이총장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이총장의 개방적인 태도와 왕성한 대외활동은 숙명여대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 숙명여대의 이미지는 ‘보수적이다’에서 ‘진보이다’로, ‘낡았다’에서 ‘신선하다’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총장은 최근 정보화와 함께 문화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한다.

“정보기술이 더 발달하면 모든 강의는 원격으로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은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스포츠활동을 즐기기 위해 학교에 오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설을 잘 갖춘 대학이 앞으로는 경쟁력있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약력▼

―1943년 서울출생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 박사(국제정치학 및 비교정치전공)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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