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한-일 교통관련 법규 비교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52분


지난해 교통사고로 총 1만236명이 숨졌다. 인구 10만명당 21.4명 꼴이다. 또 지난 20년 동안 교통사고로 모두 20만명이 죽고 550만명이 다쳤다.

이는 한 가족을 5인으로 볼 때 전체 가족 중 60%가 구성원이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는 의미다.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우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축구나 야구는 일본에 지지 않으려는 우리가 수많은 생명이 걸린 교통사고는 일본과 비교할 생각을 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정치권에서는 걸핏하면 내세우는 국정조사 한번 하자는 정당이 없고 이를 탓하는 언론이 없는가? 일본과 같은 수준만 되어도 해마다 6000명의 생명과 50만명의 부상자를 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일본의 교통사고가 사상 최악이었던 것은 1970년으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16.2명이었지만 지금 우리 상황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였다.

▼사망자 비율 일본의 3배▼

그런데도 일본 언론은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는 교통안전대책기본법을 제정해 행정수반인 총리가 책임을 지고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엮는 교통안전대책기본계획을 채택, 1980년까지 사망자 수를 반으로 줄였다.

우리나라는 1976년 일본의 교통안전대책기본법을 모델로 교통안전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법 제정시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적당히 바꾸어 놓고 말았다.

즉 교통정책을 이끌어 갈 주체에 대해 일본법은 ‘교통안전대책추진위원회를 총리부에 둔다’고 했는데 우리는 ‘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총리로 한다’로 대치한 것이다.

일본이 총리부에 교통대책위원회를 둔다는 점과 우리의 경우 총리가 위원회 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일견 비슷해 보이나 내용면에서는 매우 다르다.

일본 총리는 내각 수반인데 비해 우리 총리는 그렇지 않다. 교통대책위원회를 총리부에 두는 것은 총리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고 총리가 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1년에 한번 열리는 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에 교통안전정책을 책임지고 종합 조정하는 추진기구가 없는 결과가 초래됐다. 교통사고가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행정적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다.

▼교통안전 정부책임 회피▼

정부의 ‘책임 조항’을 좀더 살펴보자. 일본법은 정부가 교통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책무’를 지며 정부는 재정을 지원할 ‘책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이 우리 법에는 ‘정부는 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지며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정부를 교통안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에 비해 운전자, 자동차 제작자, 보행자 등 국민의 책무는 일본법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결국 우리나라 국민은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교통안전을 확보토록 했다.

‘법의 엔진’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샤시에 해당되는 부분도 변형됐다. 일본법에 ‘도로 등 교통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자는 안전을 확보할 책무를 진다’고 돼 있는 조항을 우리법은 ‘교통안전시설(도로는 제외)을 설치 운영하는 자는 안전을 확보할 의무를 진다’고 고친 것.

교통안전시설은 신호등, 방호책, 규제표지 등 도로의 부속 시설물이며 이는 경찰 소관이다. 도로를 설계 시공하고 운영하는 건설교통부와 자치단체 등 ‘도로관리청’은 안전 문제와 무관하게 만들어 놓고 도로의 부속시설을 담당하는 경찰의 의무만을 명시한 것이다.

▼시설관리 경찰에 떠넘겨▼

도로관리청이 도로망의 안전성과 효율성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건설 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법의 오류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 인력도 예산도 없는 경찰이 어떻게 도로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책임진다는 말인가?

교통안전정책의 기본이 되는 교통안전법이 정책을 추진할 주체를 적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법을 적용해야 할 대상도 밝혀주지 않고 있으니 온전한 교통안전정책이 추진될 수 없다.

교통안전 5개년 기본계획이 4차에 걸쳐 실시되어 왔지만 실적이 보나 마나 하고 오늘처럼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교통안전법이 ‘교통불안전법’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통안전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당장 교통안전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는 추진 주체를 확립하고 도로관리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여야 하며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챙기도록 해야 한다.

신부용(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btshin@teritek.com

한국과 일본의 교통안전 관련법 비교
조항한국 교통안전법일본 교통안전대책기본법
1,2조목적과 용어 정리같음
3조정부의 시책:정부는 교통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시해야 한다정부의 책무:국가는 교통안전에 관한 종합적 시책을책정하고 이를 실시할 책무를 갖는다
4조지방자치단체의 시책:3조와 비슷지방공공단체의 책무:3조와 비슷
5조교통안전시설의 설치 및 관리자의 의무도로 등 시설의 설치 운영자의 책무
6-10조차량 제작자, 운전자, 보행자, 국민의 의무같음
11조재정 및 금융조치:필요한 재정상 또는 금융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12조 재정조치 등:필요한 재정상 혹은 금융상 및 그이외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13조교통안전정책심의의원회:교통안전에 관한기본계획과 종합정책 등을 심의하기 위하여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를 둔다. 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총리로 한다14조: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시를 추진하며그밖에 교통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위하여 중요한 일의 기획에 관한 심의 및 시책을 담당하는 중앙교통안전대책회의를 총리부에 설치한다
-해당 사항 없음11조:모든 행정에서 교통안전시책을 배려해야 한다

15-21조:교통안전대책회의 전국적조직

14조교통안전기본계획22조:교통안전대책기본계획
15-20조기타23-31조: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대책 추진조직 등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최성진차장(이슈부 환경복지팀장) 송상근(〃·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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