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관광, 카지노는 안된다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41분


금강산 관광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1998년 11월 사업이 시작된 이래 관광선 임대와 운영, 관광객 모집 등 핵심 역할을 해온 현대상선은 지난주 현대아산측에 사업 포기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에서는 ‘사업 계속’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자본금(4500억원) 잠식 상태에 들어가 있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단독으로 사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문제의 핵심은 누적된 적자다. 현대측이 그동안 금강산 관광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시설투자, 관광선 임대비, 북한에 지불하는 입산료 등을 포함해 총 6억3800만달러(약 7900억원)에 이른다. 현대상선 하나만 놓고 봐도 작년 한 해 동안 이 사업에서 876억원의 손실을 보았고 최근에는 관광객 감소로 매일 2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산 관광은 물론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이다. 따라서 우리도 가능한 한 금강산 관광사업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데에 결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대의 명분이 훌륭하다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개 기업이 하루에 2억원씩 적자를 보면서 마냥 사업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 2년 5개월이 지난 이제는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계속돼야 한다면 그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잘못 정해진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재조정하는 게 급선무다. 관광객 수에 상관없이 매달 1200만 달러를 북측에 지불하는 방식으로는 눈덩이 적자가 계속 늘어날 뿐이다. 관광객 수에 따라 입산료를 내는 방식으로 바꾸고 육로관광을 모색하는 등 남북 당국과 현대가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 회생 방안으로 현대에 선상(船上) 혹은 해상호텔 카지노를 허용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상 카지노든 해상호텔 카지노든 카지노는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카지노 사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 부작용도 문제지만 이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이 서로 화합하는 장(場)을 넓혀 가자는 것이지 노름하려고 가는 곳이 아니다. 또 카지노로 금강산사업의 적자 구조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하지만 노름판 제공하고서 번 돈으로 남북간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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