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상수/홈쇼핑 건강상품광고 조심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7분


홈쇼핑은 교통비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각광받는 쇼핑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상품은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미쳐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초음파 관련 미용기기 광고다. 초음파는 인체 내부의 장기를 살펴본다든지, 물리치료를 위해서 또는 실험실에서 실험기구를 세척하거나 세포를 분해해 세포의 구조물을 분리해 내는 데도 이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초음파의 출력도 다르게 조절된다. 미용이나 물리치료에 이용되는 초음파의 출력은 겨우 10W 정도지만, 세척 및 세포 분쇄를 할 때는 100W 이상은 돼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초음파 미용기기 는 똑같은 출력으로 이 모든 기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피부를 뽀얗게 변화시켜줄 수 있다며 귀금속 표면의 녹을 세척하는 실험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가 하면, 피부의 색소를 파괴해서 깨끗한 피부를 만들어 준다고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하지만 미용에 사용하는 초음파의 출력과 세척 때 사용되는 출력의 정도는 전혀 다르다.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과대광고도 마찬가지다. 홈쇼핑 채널들은 식이 섬유류의 건강보조식품을 소개하면서 혈중지방 농도를 단시간에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식이 섬유류 식품들은 원래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혈액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 혈중이나 피부 속의 지방을 단시간에 제거하지 못한다.

광고에서는 소화기관 내에서 흡수되지 않는다는 사실만 증명하기 위해 건강식품을 물에 넣고 젤이 되어 흘러내리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장에서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젤이기 때문에 흡수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 소화관에서의 흡수 여부는 음식물의 모양이 아니라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또한 인체의 피부에 존재하는 멜라닌 색소와는 관계가 없는 화학염료의 색깔이 건강식품에 의해 탈색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피부를 깨끗하게 한다고 광고한다. 화학염료는 그 수가 수백개에 이르며 그 중 하나가 우연히 건강식품과 반응할 뿐이다. 피부의 색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면 당연히 멜라닌 색소를 이용한 실험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홈쇼핑도 다채널시대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판촉에 대한 과열 과다 경쟁이 우려된다. 특히 TV를 통한 홈쇼핑은 직접 실험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으나 제품의 효용성과 직접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식품이나 약품, 의료기기 등 인체에 관련된 제품을 충분한 검증 과정 없이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는 것은 국민건강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상수(서울보건대 교수·의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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