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자"폭발 외국인 속셈은?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5분


이달 들어 10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세 차례나 기록하는 등 매도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이 11일 모처럼 큰 폭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부터 강하게 사자 주문을 내기 시작, 거래소에서 2월 1일 이후 최대치인 1881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도 71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

이날 외국인들은 통신주 반도체 등 기술주와 금융주를 집중 매수함으로써 시장 전체의 매수세를 확산시켰다.

▽순매수 지속 기대는 일러〓모처럼만의 큰 폭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매 추세 전환을 점치기엔 이르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외국인은 새로이 국내로 유입된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보유 자금으로 매수 매도를 반복하고 있어 순매수 지속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

LG투자증권 박준성연구원은 “외국인이 미국 증시의 폭등이나 연기금 투입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이날 대거 매수하긴 했지만 어느 선까지 오르면 다시 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은 순매수 급감〓2월말까지 580선을 지지선으로 삼던 종합주가지수는 3월 들자마자 560포인트대로 급전직하했다.

그 뒤로는 한달 내내 내림세를 보여 이달 들어선 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연초부터 대규모의 순매수로 수급에 숨통을 틔워줬던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11일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거래소에서 3조9672억원의 주식을 사들이고 3조9261억원의 주식을 팔아 41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2월의 3690억원 순매수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

여기에다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는 뜻. 외국인은 1월 1만3742계약, 2월 7491계약 순매도에 이어 지난달에는 순매도 규모를 2만9723계약으로 늘렸다.

이같은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따라 지난달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려 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금동근·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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