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히딩크의 고민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4분


1998년 대표팀을 처음 맡고 크게 놀란 사실은 명색이 한국최고의 선수인 대표선수들이 전술훈련을 제대로 따라오질 못하는 것이었다. 태극마크를 단 대표선수들 조차 전술을 소화할 기본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드리블, 슈팅, 태클 등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지도해야만 했다. 실망스러웠지만 선수만을 탓할 순 없었다. 우리의 영세한 축구현실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엔 어린 선수들이 맘놓고 뛸 잔디구장이 없다. 딱딱한 땅에서 볼을 차다보니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다. 땅과 잔디에서 쓰는 기술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선수들이 쓰는 근육도 다르다. 잔디에서 훈련해야만 선진축구의 기술을 흉내라도 낼 수 있다. 최근 한국이 일본 유소년축구에 계속 뒤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현실이 대학까지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대학선수들도 맨땅에서 훈련하고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한다. 잘해야 1년에 한두번 잔디에서 뛸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덴소컵 2001한일 대학선발 친선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에 완패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야 잔디를 처음 구경하고 그때부터 다시 잔디에 맞는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게 현실인 것이다.

이런 토양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한다. 결국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어릴때부터 잔디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축구선진국의 대표선수들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선수층도 엷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대략 50명선이 고작. 더구나 이들중 꾸준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고 실력 편차가 너무 크다.

한국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도 이같은 현실을 파악하면서 고민에 빠져 있다. 그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팀과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막까지는 이제 14개월이 채 안남았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숙원을 위해 뛰고 있는 히딩크감독.그가 모든 한국인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축구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 뒤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정무<축구대표팀 기술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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