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벌떡 일어선 '비운의 사나이' 강혁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25분


‘더 이상 비운은 없다.’

SK 와이번스 강혁(27)은 10일 삼성과의 인천 홈 경기에 앞서 이삿짐 정리를 했다. 얼마 전 서울 잠실에서 팀 연고지인 인천의 문학동에 아파트를 새로 얻어 이사를 한 뒤 그동안 시간이 없어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했던 것.

짐 꾸러미를 풀면서 묵은 먼지를 말끔히 털어 낸 강혁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아픈 기억마저도 깨끗이 씻어내려 애썼다.

그만큼 강혁에게 고통의 세월은 길고도 험했다. 93년 아마와 프로간의 이중계약 파문으로 프로에서 영구제명을 당해 프로무대에 설 수 없는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99년 복권,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그러나 두산에서의 프로 첫해를 단 15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치며 거의 후보 신세로 보냈다. 지난해 타율 0.266, 6홈런 34타점을 올리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으나 음주운전 파동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올 시즌을 앞두고는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 SK로 방출되는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초를 겪은 강혁에게 이번 시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의욕이 넘쳤던 그는 진저리나는 ‘불운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9일 현재 4경기에서 15타수 6안타로 타율 0.400. 홈런 2개에 2루타 2개로 호쾌한 장타력을 과시, 타점을 8개나 올렸다. 지난 시즌 110경기에서 고작 홈런 6개를 날린 것과 비교해 보면 눈을 비비고 볼 만큼 변한 셈. 특히 승부의 고비에서 결정타를 날려 해결사 부재에 허덕이던 코칭스태프의 고민을 후련하게 풀어줬다. SK 박승호 코치는 “상체만을 주로 이용하던 예전 스윙에서 벗어나 허리와 하체를 고르게 이용하면서 파워가 늘었다”고 칭찬했다.

동계훈련 기간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힘이 붙었다는 강혁은 올해 20홈런 80타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강혁의 인천 새집은 내년부터 SK의 새 ‘안방’이 될 문학구장 지척에 있다. 이래저래 새 둥지를 튼 강혁은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출발도 좋으므로 올해에는 달라진 모습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활짝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강혁 신상명세◀

●생년월일:74년8월25일생(27세)

●체 격:신장 1m82, 체중 88㎏

●투 타:좌투좌타

●출 신 교:신일고―한양대

●프로경력:99∼2000 두산, 2001SK

●연 봉:3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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