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MVP 주희정 "이런 영광 안올줄 알았어요"

  • 입력 2001년 4월 6일 22시 26분


삼성 주희정(24)은 우승컵에 입을 맞추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

"내게 이런 순간은 영영 안 올 줄 알았어요."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플레이오프 MVP의 영광을 안은 주희정. 부모는 핏덩이었던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가 어릴때부터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부산 동아고에서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린 주희정은 95년 고려대에 입학했으나 줄곧 벤치신세였다. 96년 말에는 자식처럼 길러준 할머니 김한옥씨(68)가 간경화로 쓰러졌다. 할머니 병구완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주희정은 대학을 중퇴, 97년 험난한 프로세계에 뛰어들었다. 어떤 보장도 없이 20세의 어린 나이로 가장 노릇을 하게 된 그는 나래(삼보 전신)에서 뛴 97∼98시즌 신인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프로에서 이름을 날리면서 가정불화로 집을 떠난 아버지 주영호씨(48)와 99년 재회, 다시 가족을 이뤘다. "옛날에는 아버지를 무척 원망했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아버지 역시 간질환에 시달렸지만 주희정은 매달 꼬박꼬박 치료비를 보냈다. 어린 가슴에 오래도록 남은 상처까지 없앤 주희정은 요즘 휴가 때 부산 집에 내려가면 아버지와 시장 가는 게 큰 즐거움이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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