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偵察(정찰)

  • 입력 2001년 4월 5일 18시 45분


하다 못해 구멍가게 하나를 내도 立地條件(입지조건)을 살펴야 한다. 과연 적합한 곳인지, 또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할 것인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서 결정한다. 하물며 一國의 命運(명운)을 건 戰爭(전쟁)에 있어서랴?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기분이 내켜 일으킨 戰爭 치고 승리한 전쟁은 없다. 그것은 無謀(무모)한 장난일 뿐이다. 그 만큼 전쟁에는 치밀한 계획과 그에 따른 작전이 隨伴(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敵情(적정)에 대한 情報(정보)가 있으며 그것을 수집하는 행위를 ‘偵察’이라고 한다. 몰래 적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偵探(정탐)이니 探偵이라는 말이 있다.

적의 情報를 누구보다도 중시한 者에 兵法家 孫子가 있다. ‘知彼知己, 百戰不殆’(지피지기,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가지의 전쟁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최고로 꼽은 장수는 百戰百勝(백전백승)이 아닌 不戰勝,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장수였다. 싸우면 많든 적든 아군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敵國에 대한 情報가 필수적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戰爭을 하기 전에 먼저 敵情을 파악하기 위해 斥候(척후)라는 것을 이용했다. 몰래 敵陣(적진)에 투입하여 廉探(염탐)하는 것이다. 지금 말로 하자면 間諜(간첩)이다. 曹操(조조)가 周瑜(주유)의 진영에 거짓 항복시켜 밀파한 蔡中(채중), 蔡和(채화) 형제는 좋은 예다.

‘知彼知己’를 강조했던 만큼 間諜을 중시한 것도 역시 孫子였다. 孫子兵法 用間篇(용간편)은 間諜에 관한 이야기다. 그에 의하면 다섯 종류의 間諜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生間’(생간)이란 것이 있다. 상대국의 情報를 탐지한 뒤 ‘살아 돌아와 자세하게 보고할 수 있는’ 諜者를 말한다. 물론 제일 중요한 諜者다.

지금은 情報化 시대. 굳이 2500년 전 그의 名言을 들추지 않아도 이제는 상식으로 통하는 이야기다. 국경 없는 시대에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지금은 정확하고 많은 情報를 얼마나 신속하게 전달, 이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優劣이 결정되며 나아가 그것은 國家의 競爭力과도 직결된다. 그러니까 情報는 곧 승패의 關鍵(관건)인 셈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偵察機 외교분쟁도 彼岸(피안)의 불로 보이지 않는다. 情報가 군사의 범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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