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정신대할머니들 일본규탄 '분노의 수요집회'

  • 입력 2001년 4월 4일 19시 04분


"우리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일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4일 낮12시 주한 일본대사관이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보빌딩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 수요시위에 모인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표정은 분노와 착잡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증한 역사 왜곡 교과서가 '일본군위안부' 대목을 삭제한 데 대한 할머니들의 분노는 남달랐다.

황금주 할머니(黃錦周·81)는 "생각할수록 분해서 밥도 못먹겠고 잠도 안온다" 면서 "죽는 날까지라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낼 것" 이라고 말했다. 심미자 할머니(沈美子·77)는 "우리 정부는 뭘하고 있는가" 라고 따졌고 박두리할머니(78)는 이제는 지쳐서 말도 하기 싫다 면서 눈물을 훔쳤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은 4일 성명을 내고 "일본 스스로가 침략전쟁, 종군위안부, 강제노동 등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처사" 라며 "아버지가 도둑이라도 자식에게는 도둑질을 가르치지 않는 게 사람의 도리인데 어찌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이런 거짓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주입하느냐" 고 개탄했다.

각종 시민단체들의 규탄 항의 집회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주한일본대사관앞에서는 5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일본역사교과서 개악저지 운동본부' 가 시민들을 상대로 일본 교육위원회가 개악된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독도향우회도 이날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에서 '일본의 독도강탈음모 및 역사교과서 왜곡분쇄 한민족 결의대회' 를 갖고 "이번 검정은 일본의 우익화 제국주의화 음모" 라고 비판했다.

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權正達)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의 일부 교과서가 일본 중심주의적 사관에 입각,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미화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 고 밝혔다.

▼초중고 왜곡실상 특별수업▼

한국교총 전교조 등은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인 13일부터 1주일을 특별수업주간으로 정해 전국 초중고생들에게 일본 역사왜곡을 알리는 특별수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영아 남경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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