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어린 새싹 울리는 '사이버 좀도둑' 극성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58분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겠다고 광고한 뒤 돈만 챙기고 달아나는 ‘사이버 사기범’이 극성이다. 피해 액수는 대체로 10만원 미만의 소액이지만 당하는 쪽이 나이 어린 학생이 많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인터넷 사기는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사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과 불안감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사기 실태〓1월초 초등학생 박모군(11)은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MP3 플레이어를 5만원에 판다’는 광고를 봤다. 늘 MP3 플레이어를 갖고 싶었던 박군은 5만원이라는 싼 가격에 반해 즉시 E메일을 보냈고 양쪽은 곧 채팅을 통해 거래를 했다.

상대방은 박군에게 “내 통장에 문제가 있으니 우편으로 돈을 받겠다”면서 “번거롭게 하지말고 그냥 일반 봉투에 돈만 넣어서 부쳐라”고 요구했다. 박군은 빨리 물건을 받고 싶은 순진한 마음에 석달 동안 용돈을 모아 저축해두었던 5만원을 요구한 방법으로 보냈다.

그러나 박군은 끝내 물건을 받지 못했다. 상대방이 계속 “돈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물건을 줄 수 없다”고 우겼기 때문. 우편물 도착이 확인이 안 되는 일반 우편으로 돈을 보냈기 때문에 박군은 눈뜨고 5만원을 떼였다.

박군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 “5만원은 나한테 전 재산이에요. 다 큰 어른들이 나 같은 초등학생 돈을 가로채도 되는 건가요. 무슨 어른들이 이래요”라고 억울한 심정을 담은 글을 올렸다.

2월초 여중생 최모양(14)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 테이프를 판다는 광고를 보고 3만원을 은행 계좌로 송금했으나 테이프를 받지 못했다. 최양은 비디오를 팔겠다고 한 사이버 사기범과 E메일로 주소 계좌번호 등을 교환했으나 상대는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 바로 메일 주소를 없애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는 99년 97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78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1, 2월에만 132건이 발생했다.

▽예방책〓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나서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 것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돈을 보내기 전에 최대한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전화번호를 꼭 받아두고 직접 전화를 걸어 상대방 연락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금해야 할 통장의 명의가 거래 당사자와 다르거나, 휴대전화 번호가 여러 개인 경우도 사기범일 가능성이 크다.

사기범들은 다른 사람 명의로 은행계좌와 휴대전화를 여러 개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보다는 유명 사이트나 실명제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거래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양근원(梁根源)팀장은 “1만∼2만원 정도의 소액 피해자들은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사이버 사기가 더욱 활개치도록 하는 태도”라며 “피해를 당한 경우 부모나 교사와 의논해 거래 내용이나 거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챙겨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 테러 대응센터(02―3939―112, www.police.go.kr), 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02―3460―3411, www.econsumer.or.kr)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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