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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4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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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 외국인들은 반도체(현대전자 삼성전자) 은행주(신한 하나) 증권주(현대 삼성 대우)를 중심으로 1050억원을 순매도했다. 3월 13일(1514억)이후 최대 규모다. 이들의 순매도로 종합주가지수는 장중한때 500포인트가 무너졌다. 장막판 개인매수세 유입으로 503.26포인트로 마감했다. 전일보다 11.94포인트(-2.32%)하락한 채 겨우 500포인트를 유지했다.
문제는 앞으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증시주변환경이 외국인들에게 순매도를 강요하고 있다.
무엇보다 엔/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메릴린치증권은 6월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42엔까지 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약세는 원화약세로 이어진다. 씨티은행은 6월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른다고 주장했다.
원화의 상승은 국내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원화는 연초보다 5.3%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할 경우 주식매매손을 제외하더라도 5.3%의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다.
1343.70원(3일종가)인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상승할 경우 환차손은 더욱 늘어난다. 외국인들 입장에선 추가손실을 보기전에 손절매에 나설 유혹을 느낀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수출이 늘지 않은 것도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강요하고 있다. 엔화가 원화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하다.
또한 국내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IT산업이 미국IT업종의 과잉설비투자로 고전하는 것도 원화약세가 수출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수출부진은 기업수익성 악화를 의미하고 주가하락으로 나타난다.
여기다 최근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비민주적인 경영행태도 외국인들의 불신을 낳고 있다. 이재용씨(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장남)와 정의선씨(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의 장남)가 인터넷기업주식을 계열사에 매각함으로써 '한국기업은 아직도 멀었다'라는 인상을 외국인들에게 심어줬다.
실제로 이재용씨가 인터넷 주식을 계열사에 처분하겠다고 발표한 3월 27일이후 국내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주이익보다 총수의 사익을 중시하는 삼성그룹의 경영형태를 보고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전환하자 시장이 6일연속(영업일 기준) 하락한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3세의 수십억원대 재산을 지켜주기 위한 비민주적 조치가 수십조원대의 투자자(외국인+일반+기관)재산을 날아가게 했다.
미국증시가 바닥권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도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이탈을 가져온다.
전일 미국 3대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109.97포인트(-6.17%)가 하락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32.3%가 하락한 셈이다. 주가하락은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환매를 야기한다.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주식에 대한 매도가 예상된다.
외국인들이 순매도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의 주가는 약세가 불가피하다. 지난해와 올해 이들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 시가총액 '빅5'인 이들 업체의 주가하락은 국내증시가 500포인트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
암울한 전망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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