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길거리 카드발급95% "신분증 없어도 돼"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5분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시민단체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녹색소비자연대가 이달 16∼19일 서울시내 신용카드 길거리판매대 41곳을 현장점검한 결과 전체의 95.1%에 해당하는 39곳이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발급신청을 접수했다. 삼성카드 강남역 판매대와 외환카드 중계동 판매대 등 단 2곳만이 원칙대로 신분증이 없는 경우 발급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39곳은 신분증 대신 주민등록번호만 알려주면 전화로 신용조회를 한 뒤 발급해주거나 추후 우편발급하는 것으로 조사돼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카드를 발급받는 ‘명의도용에 의한 신용카드 부정발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녹색소비자연대 박진선 팀장은 “지난달말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 회원유치 과당 경쟁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카드사가 본인 확인 의무와 회원 자격심사를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카드사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청조차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게 원칙이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확인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카드사들의 허술한 본인 확인 등으로 명의도용에 의한 부정발급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98년 3건에 불과하던 명의도용 부정발급이 99년 41건에 이어 지난해 82건으로 늘어났으며 이중 절반이 넘는 43건은 실제 명의자가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금융거래상 제약을 받는 이중 피해를 입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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