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진실 혹은 두려움

입력 2001-03-09 18:51수정 2009-09-2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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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등단 여류작가 15人 단편모음

박완서 외 단편모음/439쪽 /9000원/동아일보사

1968년부터 시작된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 공모로 등단한 여성작가들의 신작 모음집. 박완서 윤명혜 노순자 유덕희 김향숙 조혜경 등 중견작가로부터 지난해 당선된 송은일에 이르기까지 15명이 참여했다.

박완서는 단편 ‘또 한해가 저물어가네’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들려주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와중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실향민의 상처를 담고 있다. 북쪽 고향을 떠나 월남했다가 미국에서 둥지를 튼 고모부가 북쪽 고향의 고모를 찾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쓰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민감한 문제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간명하다. ‘오십 년의 사생활을 보호할 것이냐 이별의 한을 풀 것인가는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다.’ 고모부 대신 이산가족 신청서를 받아들고서 이도저도 못한 채 망설임만 되풀이하는 모습에서 분단이 남긴 또 다른 깊은 상흔을 발견한다.

또 중견작가 김향숙은 지방 대학교 근처에 새로운 집을 구해 머물던 계약직 교수인 남편이 점점 아내의 부재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건조한 필치로 묘사한 표제작을 내놨고, 유춘강씨는 결혼에 대한 한 독신녀의 환상을 담은 ‘결혼에 관한 가장 솔직한 검색’을 선보였다.

소재와 색깔이 각양각색인 수록작을 보면 같은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외에 별다른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이 모임의 좌장격인 박완서씨가 발견한 유일한 공통점이란 것도 “기성문단에 대한 수줍음”이 아닐까하는 추측 뿐.

박씨는 “하나같이 변변치 못하고 등단한 후에도 자기를 내세우는 데는 소극적이어서 곧 묻혀버리곤 했다”면서 “문학 얘기를 하는 것조차 쑥스러워하던 동인들끼리 작품으로 만나는 문집을 통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데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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