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대 악몽’ 되살아나나…고려산업개발 부도처리 충격

입력 2001-03-05 18:44수정 2009-09-21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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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고 지냈던 현대그룹 자금난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는가.

현대그룹 문제는 단지 현대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를 짓누를 수 있는 잠재요인이다. 고려산업개발은 작년 ‘11·3 기업퇴출발표’ 당시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됐고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도 포함돼 안전하다고 여겨졌는데 부도처리되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전자 현대건설 등도 회사채 신속인수 조치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은행, 기업대출 회수 가능성〓고려산업개발에 대한 7대 시중은행의 여신은 2일 현재 총 2045억원이며 담보 및 보증금액은 1499억원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회사가 법정관리나 청산에 들어갈 경우 은행권 손실규모가 약 480억∼573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 한정태 연구원은 그러나 “현대그룹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은행들이 현대그룹 관련 여신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부실기업을 계속 끌고 가지 않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악재가 겹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려산업개발은 회사채가 아니라 일상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기 때문에 ‘회사채 신속인수’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게 됐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도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5일 은행주가는 주택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건설업체 어음할인 막혔다〓고려산업개발 부도 여파는 곧바로 시장에 반영돼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건설회사 어음이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사채시장 관계자는 “고려산업개발 어음은 부도 직전까지 할인금리가 월 1.8∼2.0%로 A급 어음(월 0.65%)보다 3배 이상 높아 전주들이 장당 2억∼3억원짜리 고액 어음을 상당수 할인해 피해를 많이 봤다”며 “상시퇴출제도가 시행되면서 어느 기업이 언제 부도날지에 대한 불안이 커져 건설업체 어음할인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건설 어음은 고려산업개발 부도 전까지만 해도 월 1.2%선에서 할인됐으나 부도 이후에는 월 1.7∼2.0%선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건설업체 어음은 아예 할인이 안되고 있으며 대형 건설업체 어음도 거래가 한산한 채 금리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정태 연구원은 “건설업체는 1·4분기(1∼3월)가 최악의 비수기여서 금융기관의 자금회수가 이어질 경우 유동성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찬선·김두영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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