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영원한 맞수 삼성-현대 막판까지 '으르렁'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5분


농구에서의 ‘불문율’ 한가지.

경기 막판 한쪽으로 이미 승부가 기운 경우에는 앞선 팀이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게 관례다. 어차피 이기는 게임인데 굳이 타임아웃까지 요청해 지는 편의 불편한 속을 더욱 긁을 필요가 없다는 것.

하지만 ‘영원한 라이벌’ 삼성 썬더스와 현대 걸리버스전에서는 이런 불문율은 종종 깨진다. 경기 종료 30초를 앞두고 10점 이상 크게 리드해 승리가 눈앞에 있는데도 ‘쓰린 심기에 소금이라도 뿌리듯’ 선수들을 불러모은 적도 있다. 이 바람에 양 팀 코칭스태프는 경기가 끝난 뒤 악수조차 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기든 지든 신경전도 대단하다는 얘기.

경쟁관계에 있는 모기업의 영향으로 70년대 후반부터 20년 넘게 으르렁거린 삼성과 현대가 6일 수원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가뜩이나 서로 질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설 판에 이날 삼성은 현대를 꺾어 역대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우겠다는 각오다. 5일 현재 33승11패를 기록, 1승만 추가하면 현대가 98∼99, 99∼2000시즌에 연이어 달성한 종전 기록(33승)을 경신하는 것. 삼성 김동광 감독은 “밤잠을 설쳐가며 현대 경기의 비디오를 분석해 비책을 마련했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3년 연속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했으나 올 시즌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현대도 삼성 잔치에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현대 신선우 감독은 “주전들을 모두 30분 이상 뛰게 할 생각”이라며 총력전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특히 현대는 올시즌을 끝으로 금강고려화학에 매각,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한다는 게 팀내 분위기.

삼성과 현대는 올시즌 4차례 맞대결에서 2승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해 이번 ‘마지막 승부’에 자존심을 걸고 있는 셈.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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