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금리 빨리 내릴까 말까"고민하는 FRB

  • 입력 2001년 2월 28일 11시 07분


전일 뉴욕증시는 나스닥이 4.36%나 폭락하는 등 그 동안의 증시패턴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둔화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속에서 연준리(FRB)의 금리인하만이 꺼져가는 증시의 불길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따라서 FRB 금리인하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소비자신뢰지수와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의 급락은 오히려 증시의 반등재료로 활용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락세를 기록한 이유는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조기금리인하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퍼거슨의 발언

이날 퍼거슨 부의장은 "소비자신뢰지수는 급락했지만 가계소비지출은 여전히 양호하다"며 "이 같은 상반된 신호는 보다 신중한 관찰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FRB는 가계소비분야의 넓은 범위에서 지표들을 검토하고 있다"거 덧붙여 그 동안 소비자신뢰지수를 상대적으로 중요시하던 입장에서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가는 그의 발언을 그 동안 줄기차게 예상돼온 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이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실망감으로 돌려놓았다.

이 같은 입장변화에 대해 다우존스통신은 "FRB가 소비자신뢰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라는 풍자적인 제목으로 이 날 퍼거슨 부의장의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의 발언을 일단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상반되는 지표로 정책의 확고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FRB의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기금리인하와 정책의 신뢰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FRB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자 신문에서 "딜레마에 빠진 FRB"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FRB가 처한 곤란한 입장을 설명했다. 신문은 증시하락과 소비자신뢰지수급락등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큼에도 불구하고 8주 동안 1.5%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이 FRB의 금리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허약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FRB가 금리인하를 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총재인 로버트 맥티어가 "어떠한 지수 하나만으로 조기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불충분하다"며 "정상적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기간동안 금리인하조치를 취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즉 FRB는 증시의 허약함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금리인하조치가 자칫 정책의 신뢰성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금리인하에 찬물을 끼얹는 잇따른 FRB관계자들의 발언은 결국 보다 많은 경기악화의 지표를 통해 신뢰성 있는 금리인하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공은 다시 그린스펀 의장의 하원청문회 출석증언과 목요일 발표될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동향에 넘어왔다.

전문가들은 NAPM지수가 낮게 나오면 FRB는 또 한번 조기금리인하의 압력을 받을 것이며 당분간 기업들의 실적향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미국증시에서 끝없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조속히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퍼거슨 부의장은 이날 "인플레압력은 잘 통제되고 있다"며 "소비감소가 에너지공급을 줄이고 이는 에너지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인플레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