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신예지, 은반위의 ‘금빛 재기’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20분


신예지의 환상연기
신예지의 환상연기
23일 안양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82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프리프로그램 고등부 A조 경기.

‘미래의 은반 요정’으로 꼽히는 신예지(17·세화여고 1년)가 3회전 점프와 더블 악셀, 트리플 토, 비엘만 스핀 등 고난도 묘기로 은반을 수놓자 관중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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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신예지는 첫 점프 시도에서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압도적인 연기를 한 그는 실수를 만회하면서 전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프로그램에서도 평점 8.4 이상의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99년 왼쪽 발목뼈 이상으로 1년여간 슬럼프를 겪다 마침내 금빛 메달과 함께 화려한 재기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신예지는 청원초등학교 3학년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합류했고 6학년때 태극마크를 단 한국피겨스케이팅의 꿈나무. 98년과 99년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트 사상 처음으로 본선 2회전을 거푸 통과하기도 했다.

신예지는 경기가 끝난 후 ‘앞으로 목표나 꿈이 뭐냐’고 묻자 한참을 머뭇거리다 뜻밖에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 속엔 ‘진한 아픔’이 배어 있었다.

자신을 ‘올빼미’나 ‘눈칫밥 서자’로 표현한 신예지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한 시간은 주로 밤 11시에서 오전 1시 사이. 훈련장인 롯데월드링크와 목동 아이스링크가 일반개장시간 이후나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훈련이 끝난 후에야 피겨선수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 태릉링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다른 종목 선수들의 점심 시간을 이용해 ‘눈치 훈련’을 하기 일쑤였다. 엉망이 된 빙질을 탓하는 것은 주제넘은 ‘사치’에 불과하고 반쯤 졸린 상태로 연습을 해왔다는 것.

게다가 피겨는 ‘메달 지상주의’에 매달려 있는 대한빙상연맹 정책 순위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대표팀 선수는 물론 코치들의 각종 국제대회 출전 경비조차 선수와 학부모의 부담으로 떠넘긴 채 예산 배정에 인색하다. 그나마 올초에는 국가대표 코치마저 없애 대표팀은 뿔뿔이 흩어져 개인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신예지는 “내 후배들 중엔 동양인으로 세계정상에 오른 미셸 콴이나 이토 미도리, 크리스티 야마구치처럼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인인 남나리에게 후원하는 돈의 일부라도 국내 선수들을 위해 투자한다면 남나리를 능가하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쏟아져 나올 텐데….” 한 피겨 관계자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양〓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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