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우리말 의학용어집' 펴낸 정인혁교수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6분


“견갑골(肩胛骨) 슬개골(膝蓋骨)이란 말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지만 어깨뼈 무릎뼈라고 하면 뜻이 금방 전달되잖아요.”

어려운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고쳐 최근 ‘의학용어집’ 개정판을 펴낸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심의실무위원회 정인혁(鄭仁赫·55·사진)위원장.

그는 “7년 동안 우리말로 다듬는 일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의협 산하 41개 학회의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의만 100여차례 열렸다는 것.

“의학용어는 전문용어인 만큼 비밀스럽고 어려워야 한다며 한자어를 고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익숙한 단어를 포기하고 우리말을 쓰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고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정위원장 등 의대 교수 8명과 연세대 김하수(金河秀), 서강대 서정목(徐禎穆)교수 등 국문학과 교수 2명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는 매주 만나 작업을 했다. 두루 쓰이는 5000개의 용어를 한자어와 일본식 용어에서 우리말로 바꿔 나갔다. 같은 뜻인데도 여러 단어가 함께 쓰였던 것은 통일해 22만여 용어를 5만여개로 줄였다.

연세대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인 정위원장은 “뜻이 잘 전달된다는 이유로 한글 대신 영어 단어로 가르치는 교수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새 용어가 쉽게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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