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설원의 별미 "핫도그"

  • 입력 2001년 2월 12일 15시 14분


스키를 즐기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주말이나 연휴 때마다 뉴스에 "강원도 스키장에 몇만 인파가 모였습니다!"하고 나오는 걸 보면요... 제 주변에도 스키가 좋아서, 스노우보드 타고 싶어거 겨울이 기다려진다는 사람들이 몇 있더라구요.

저로 말하면 올해로 스키경력 11년째! 이렇게 말하면 모두들 "와~ 스키 정말 잘 타겠구나~"하고 부러워하는데 저로 말하자면 대책없는 스피드 공포증이라, 슬로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맛으로 스키를 타는 걸까? 궁금해하는 사이비 스키어랍니다. "무조건 살살, 조심조심!" 이게 제 스키신조지요...

그렇다고 제가 스키장 가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냐, 그건 아닙니다. 스키장은 무척이나 좋아해요. 일단 집을 떠나는 게 좋구요, 새하얀 눈세상을 바라보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기분도 좋구요, 까마득한 슬로프를 내려다보며 슬로프 꼭대기에 있는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무지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스키장에서 파는 각종 간식을 사먹는 겁니다. 스키장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때는 우동이 제일 좋아요. 추운 날씨에 스키를 실컷 타고 들어와 꽁꽁 언 뺨이랑 코를 비비면서 먹는 우동맛, 끝내줘요. 또 전 '츄러스'도 좋아하지요. 아시죠? 길쭉한 빵에 계피가루와 설탕을 묻힌... 놀이공원에 가면 어린애들이 꼭 하나씩 쥐고 있는 거요. 전 이상하게 스키장만 가면 그 '츄러스'를 먹어야 직성이 풀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핫도그예요. 기름에 진창 튀긴 막대기 핫도그 말구요, 기다란 핫도그 빵에 프랑크 소시지랑 오이피클, 양상추와 양파를 간단하게 올리고(정말 몇 개 안 올려줘요...) 케찹이랑 머스터드 소스를 듬뿍 발라주는 스키장 핫도그요. 너무 맛있어요. 집에 있을 때 같으면 "어린애야? 웬 핫도그?"할텐데 스키장에만 가면 먹고 싶어진답니다. 안하던 운동을 하니까 속이 출출해서 그런 건지, 괜시리 눈밭에서 먹으면 폼나 보여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눈발을 가르고 내려와 고글을 멋지게 벗으며 핫도그를 찾아헤매는 제 모습은 누가 봐도 설원의 하이에나가 아닐까 싶네요.

스키장 핫도그는 만들기가 쉬워서 집에서도 해먹어볼만 하지만 전 한번도 해먹어보지 않았어요. 전 제가 해본 요리에 대해서는 왕 아는 척 하는 나쁜 버릇이 있거든요. 글쎄, 핫도그파는 박스 앞에 가서 "이 핫도그 말이야, 치즈를 더 넣으면 맛있는데 여긴 왜 안 넣어주지?"라든가, "소시지를 숯불에 구우면 더 맛있는데 여긴 그냥 기름에 구워주잖아?"해가며 아는 척 하는 인간들, 너무 밥맛이잖아요? 그냥 주는 대로 하얀 눈과 색색의 옷을 입고 쏜살같이 내려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나오는 댄스가요를 들으며 먹는 것도 스키장의 낭만인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요리란 맛뿐만 아니라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간단한 핫도그도 눈 속에서 남편과 오손도손 먹으면 세상에 그보다 맛있는 요리는 없으니까요...

***핫도그 만드는 법***

재 료 : 핫도그빵. 프랑크 소시지, 양상추, 양파, 오이피클, 케찹, 머스터드 소스

만들기 : 1. 핫도그 빵을 반 가른다 (너무 말랑말랑한 빵은 깨끗하게 가르기 힘들어요)

2. 프랑크 소시지에 빗살무늬로 칼집을 낸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익힌다

3. 양상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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