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남자는 에어로빅, 여자는 헬스가 제격

  • 입력 2001년 2월 12일 09시 46분


에어로빅 센터에 가면 중년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거든 자기 뭄매를 위해거든 '운동이 가장 큰 보약'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에어로빅은 중년 여성들에게 '안성맞춤' 운동일까.

◆“음악에 맞춰, 하나둘 셋넷, 둘둘 셋넷.”

에어로빅 센터에서 들리는 힘찬 구령 소리다.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어깨가 들썩거리고 신이 난다. 굳이 함께 참여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예쁜 몸매를 다지기 위한 미혼 여성에서부터 비만 체형을 바꿔보려는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센터를 메우고 있는 여성들도 각양각색이다. 에어로빅은 어떤 운동이며,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한 운동일까.

‘에어로빅’(aerobic)은 산소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이뤄지는 유산소 운동이란 뜻이다. 우리 체내에 저장돼 있는 에너지원인 글리코겐(간이나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의 한 형태)이 산소 공급을 받게 되면, 즉 에어로빅 상태가 되면 글리코겐은 산화하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발생한다.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라도 글리코겐의 ‘무산소 대사’에 의해 에너지가 발생하지만, 에어로빅을 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량의 1/15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근육 피로의 원인이 되는 노폐물인 젖산이 생성된다. 이러한 무산소 상태의 대사를 에어로빅에 반대되는 용어로 언에어로빅(unaerobic)이라고 한다.

언에어로빅은 높은 강도의 운동을 갑작스럽게, 그리고 단시간에 할 때 일어난다. 따라서 에어로빅 센터에서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초보자가 숙련자와 함께 운동을 하면 에어로빅이 아니라 언에로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로 단거리 선수와 같이 단시간에 최고 기록을 내야 하는 선수는 언에어로빅 능력이 발달돼야 하고, 마라톤 선수와 같이 장시간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는 에어로빅 능력이 발달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언에어로빅 운동은 신체에 무리가 오고, 심지어 심장마비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에어로빅 운동을 통해 충분한 산소공급을 받으면서 체내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신체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할 수 있다.

◆남성이 성인병 걸릴 확률 높은 이유

일반적으로 에어로빅이라 하면 여성들이 에어로빅 센터에서 하는 운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에어로빅은 에어로빅 센터에서만 하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산소를 충분히 이용하는 모든 운동을 대표한다.

우리는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로 근육에 의해 좌우되는 근력과 순발력, 신경에 의해 지배받는 민첩성과 평형성, 관절의 가동 범위에 의한 유연성, 그리고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지구력 등을 키운다. 역도와 같은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힘을 기르는 근력이 필요하고, 농구와 배구 등의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순발력이 필요하다. 또한 체조 선수들은 민첩성, 평형성, 유연성 등을 주로 길러야 하며, 마라톤 선수는 심폐기능 강화를 통한 지구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운동 종목의 특성에 따라 체력 요소가 각각 다르게 발달돼야 한다. 하지만 건강의 측면에서는 모든 체력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구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로빅은 바로 지구력을 기르는데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평균수명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남자의 경우 65세 정도인데 비해 여자는 70세가 넘는다. 왜 그럴까.

주된 원인은 남성 호르몬에 있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이 여성에 비해 빨리 찾아온다. 그러므로 성인병 예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지구력 운동이 더 절실히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에어로빅 센터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아야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에어로빅 센터에서 남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여성 전용 운동으로 붐비고 있으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 같다. 에어로빅하면 여성만 하는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고를 고쳐야 한다. 이제부터는 남성들이 에어로빅 센터를 찾아 음악에 맞춰 열심히 에어로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호흡, 심장, 혈관기능을 강화해 약처방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남성 전용 에어로빅장을 두어 출퇴근 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에어로빅은 음악에 맞춰 신체를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운동보다 효과가 높다. 노래와 춤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인간은 이와 더불어 살아오면서 건강을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 활동이 곡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며, 격렬해지기도 하고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무슨 운동이든 활기차고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는 곡조에 따라 할 수 있으면 더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남성은 유연성이 여성보다 뒤떨어지므로 점점 굳어지는 신체를 에어로빅을 통해 유연성을 길러 생기있고 탄력있는 신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성의 근육은 남성의 절반

한편 헬스클럽에 가보면 에어로빅 센터에 여자들이 붐비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중량운동, 즉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열심히 근육 운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력을 기르는 운동은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운동이지만, 남성들은 이 근육 운동에 너무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근육 운동만이 최고이고 전부인 줄 알고 이 운동만 하기도 한다. 이런 운동을 지속하면 근육이 발달해 남자다운 외형이 갖춰질지 모르겠지만, 유산소 운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지구력이 별로 길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건강 증진의 측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근육 운동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근육은 남성에 비해 50% 밖에 미치지 않는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체내 근육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호르몬은 여성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여성은 대개 신체에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비만에 걸릴 위험이 많다.

예를 들어 비만인 여성의 윗팔을 주시하자. 그 굵은 팔에 근육이 차지하는 양이 많은 듯 하지만 실제는 근육이 차지하는 양은 매우 적고 두꺼운 지방층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힘과 기운은 근육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이 근육이 남성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기 때문에 생기가 없고 무기력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근육 운동으로 근육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헬스클럽에는 여성들이 더 많이 붐벼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여성들도 중량 운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더욱이 근육 운동은 체내에서 칼슘 성분이 빠져나가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특히 골다공증이 급속히 진행되는 여성에게는 근육 운동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근육 운동을 권하면 대개가 울퉁불퉁한 몸을 연상해 거부 반응을 보인다. 여자 역도선수나 육체미를 자랑하는 이들은 특수훈련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지, 일반 여성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와 같이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성은 위축돼 가는 근육을 강화하는데 힘써야 한다. 몸이 야위고 허약한 여성은 근육을 증강시켜 몸매를 되살려야겠고, 비만 여성은 근육운동을 통해 몸에 지방질을 감소시키면서 근육을 증대시켜 잃었던 몸매를 되찾아야겠다.

실제로 비만 여성을 대상으로 근육 운동을 하기 전에 윗팔 둘레를 재고 3개월 동안 근육운동을 한 후 그 팔의 둘레를 재보면 크게 감소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운동으로 근육은 증가됐지만 지방이 감소됐기 때문이며, 이때 에어로빅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지방질은 윗팔의 뒷부분과 옆구리, 그리고 복부에 축적되기 때문에 몸매가 말이 아니다. 또한 비만이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복부 비만의 경우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우리나라 여성 중에 복부 비만자가 많으므로 에어로빅과 더불어 복근 운동 등으로 복부비만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근육 운동 이렇게 한다

동적 운동은 근육 운동시 주로 하는 운동으로, 관절을 굽히고 펴는 동작을 하면서 근육을 수축시키는 운동을 말한다.

근육 운동은 정적 운동과 동적 운동으로 구분된다. 정적 운동은 벽을 손으로 힘있게 미는 동작이라든가, 양손을 서로 잡아당기고 미는 동작과 같이 근육은 수축하지 않고 운동하는 행위를 말한다. 동적 운동은 근육 운동시 주로 하는 운동으로, 관절을 굽히고 펴는 동작을 하면서 근육을 수축하는 운동을 말한다.

정적 운동과 동적 운동을 적절히 곁들여서 하는 것이 좋겠지만, 가능한 한 동적 운동을 권하고 싶다. 동적 운동은 일정한 호흡을 하면서 하기 때문에 신체에 골고루 영향을 주지만, 정적 운동은 갑작스레 힘을 주는 것이므로 신체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동적 운동 중 ‘사이벡스’(Cybex)라는 기구를 이용한 등속성 운동이 있다. 이 기구는 근력을 효과적으로 발달시키고 근육에 더 큰 탄력을 주는데 도움이 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손쉽게 이용하기가 어렵다. 팔다리에 깁스를 한 환자의 경우 팔다리를 움직이는 동적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적 운동으로 위축되기 쉬운 근육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헬스클럽에 가서 자기 능력에 맞게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아령이나 바벨과 같은 기구를 이용하고, 기구가 없다면 윗몸 일으키기, 엎드려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힘이 들 정도로 반복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가벼운 동작을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엎드려 팔굽혀펴기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바로 땅바닥에 손을 짚고 하면 너무 힘이 들어 몇회 못하고 만다. 특히 여자들은 단 1회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먼저 책상 높이 정도에 손을 짚고 하면 여러번 반복할 수 있다. 근력이 증가함에 따라 손 짚은 높이를 차차 낮춰 결국 땅바닥에서도 여러번 반복이 가능하다.

황수관 박사 연대 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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