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인권피해사례 모음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1분


지난 해 11월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주장 집회
지난 해 11월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주장 집회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학습지교사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전국여성노조·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은 5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피해 사례모음집'을 펴내고 경기보조원·보험모집인 등의 노동자들이 해고·성희롱· 모성파괴 등 각종 부당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집에 따르면 경기보조원들은 안구건조증 등의 각막질환과 과중한 업무로 인한 관절손상·하혈·불임·유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특히 골프장에선 40여 종류가 넘는 농약과 비료를 바로 경기보조원 옆에서 살포하는 경우가 많아 농약이 직업병·모성파괴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들은 경기보조원 외에 학습지교사,보험모집인도 모성보호와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고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에 시달리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여성노조 이주환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완전적용과 차별철폐, 정규직화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피해사례집의 대표적 사례들.

▲산재보상 받지 못한 업무상 재해▲

△2000년 11월 'P'골프장 경기보조원 이00씨는 손님이 친 생크볼에 눈썹과 눈썹사이를 맞아 30바늘을 꿰매는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미혼으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으며 6개월 후에 성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 2000년 5월 'I'골프장 경기보조원 김00씨(30세)는 손님이 끌고 가는 전동카트에 엄지 발가락이 끼어 발가락이 탈골되었다. 이후 6개월간 치료를 받았으나 아직도 완쾌하지 못했으며 이후 경기보조원일을 계속 할 수 없어서 퇴사하였다.

△2000년 10월 16일 학습지교사로 광주에서 근무하던 6년차 김00 주임은 위암으로 사망했다. 김주임은 불규칙한 업무시간으로 식사를 제때하지 못하고 영업으로 인한 과중한 스트레스때문에 몸이 아팠으나 근무시간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을 내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에 가 검사를 한 결과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일을 그만뒀으나 4개월만에 사망했다.

△S생명 보험모집인 김00씨는 계약을 하러가다 용달차에 치어서 3급장애자가 되어 오래 걸을수가 없게 되었다.산재혜택은 커녕 회사로부터 보상도 전혀 받지 못해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까지 시도하는 우울증 환자로 지내고 있다.

▲모성 파괴 ▲

△'F'골프장 경기보조원 경력6년차인 이00씨(29세)는 2000년 7~9월동안 하혈을 하여 치료를 받아왔다. 또 치료과정에서 자궁내 혹이 발견되어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만성피로가 원인이라고 한다.

△97년 봄 학습지교사 이00 교사는 하루에 30집 가량을 방문하는 무리한 업무를 5일동안 수행하였고 과중한 업무로 인해 3개월만에 유산하였다. 의사의 진단결과 무리한 일로 인한 유산이라며 일의 중단을 권유해 퇴사하였다.

△98년 10월 00생명 보험모집인인 박00씨는 결혼 5년째가 되어서 기다리던 아이를 임신했으나 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없었다. 그당시 받던 수당이 월 250만원 정도였는데 회사를 그만두면 앞으로 받아야할 실적수당 5000여만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 억울해 무리하게 근무를 하다가 아이를 사산하고 말았다.

▲성희롱 ▲

△2000년 10월 중순경부터 'H'골프장 프로골퍼 김00씨는 경기보조원 교육기간 중 노래방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쓰다듬었으며, 평소 근무시간에도 엉덩이를 만지며 "한번 하자" "한번 줘라" 등의 성희롱을 수시로 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P' 골프장 나00 회장은 상습적으로 경기보조원을 성희롱해왔다. 나회장은 경기보조원에게 상습적으로 "너 남자랑 몇번 해봤냐?" "니 가슴은 왜 그렇게 크냐? 남자가 많이 만져줘서 그렇지?" 등의 성적농담을 했고 근무중인 경기보조원을 강제로 골프카에 태운뒤 인적이 드문 코스로 데리고 가 가슴을 강제로 만지고 키스를 강요했다.

특히 "네 어머니 아직도 생리하냐? 내 부인은 아직 생리해 여자구실한다"며 수치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F'골프장 경기보조원 박00씨는 내장객이 라운드 도중 경기보조원이 끄는 커트를 뒤에서 골프채로 밀어주며 "난 커트를 밀어줄때 꼭 가운데 깊숙히 밀어. 꼭 거기같이 생겼잖아"라고 말했다.

△'P'골프장 경기보조원 한00씨는 라운드 도중 한 내장객이 바지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만지는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었다.

▲부당해고 ▲

△'H'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은 지난 99년 6월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자 회사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근무를 차별적으로 배치하였고 모든 경기보조원에게 각서를 쓰지 않을 경우 근무에서 제외시키겠다며 '회사 방침에 따르겠다'는 각서작성을 요구했다.

나중에는 회사측 간부들이 방독면을 쓰고 가스를 살포하며 대기실에서 조합원들을 모두 내몰고 구사대가 조합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1999년 3월 부산에 있는 모 골프장은 24세 미만의 37명 경기보조원들을 신규채용하고 기존의 경기보조원 중 기혼자에게 출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해고된 경기보조원들은 복직투쟁을 하였고 노동부 역시 부당해고로 판정했으나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0년 6월 D생명 보험모집인 정00씨가 출산으로 1개월을 출근하지 못하자 회사측에서는 바로 해고해버렸다. 게다가 그동안 땀흘려 번 각종 수당들을 보험회사가 모두 갈취해버렸다.

△2000년 7월1일 K생명 임00씨와 이00팀장은 서울지역 여성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고 현재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심 중이다.

▲부당행위 및 비인간적인 대우 ▲

△2000년 9월 29일 'F'골프장 경기보조원 김00씨(43세)는 쟁의기간 중 회사직원인 시설차장에게 멱살을 잡히고 도로로 내동댕이쳐지는 등 폭행을 당해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으나 아직 완쾌돼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는 폭행한 직원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H'골프장 경기보조원 유00씨는 라운드 도중 한 내장객이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성기를 스파이크발로 채였다.

△수원 K생명 모험모집인 이00씨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고 가족들이 모두 마음을 졸이며 간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계약 마감일이었는데 회사측에서 전화가 오더니(가족이 받았음) "마감인데 보험계약을 한건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냐"고 채근하였다.

△2000년 9월30일 K생명 보험모집인 박00씨의 남편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보험사 노00소장은 남편을 잃어 정신없는 박씨에게 "신랑이 죽었어도 수금은 해야한다"며 악을 쓰고 소리를 질러 박씨는 큰 상처를 받고 회사를 퇴직하였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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