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새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기존 백신-치로제론 손 못써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53분


기존의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전혀 다른 새 유형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우리 정부의 에이즈관리 대책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사건이다.

우선 독자적 에이즈 정책의 추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에이즈는 나라마다 유행하는 유형이 다르다. B형이 유행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B형을 과녁으로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는 주로 B형이 발견됐었다.

현재 에이즈에 걸리면 3, 4가지 치료제를 섞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늦잡아도 3, 4년내 백신 및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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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새 유형의 바이러스는 새로 나올 백신이나 치료제로 손을 쓰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태국처럼 새 바이러스가 기존의 B형을 제치고 급속히 번질 가능성도 있다. 태국에선 80년대까지 B형이 유행하다 90년대 들어 E형이 B형을 제치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이 환자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매춘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사람에게 새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위험성이 높다. 또 에이즈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평균 10년 뒤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 새 유형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오명돈(吳明燉)교수는 “새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기보다는 아프리카나 키프로스에서 국내로 유입돼 이들 국가보다 먼저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무리 멀리 떨어진 나라에라도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가 된다.

오교수는 또 “이는 국내에 다양한 유형의 HIV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한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력을 얻으면 언젠가 태국처럼 에이즈 천국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학계에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매춘이 활발한 데 비해 에이즈 확산이 더딘 것은 두 민족에게는 B형 HIV가 쉽게 침투하지 못하는 유전학적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 바이러스의 잠재력과 위험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오명돈교수 일문일답 "전파력 예측 못해"▼

서울대병원 내과 오명돈(吳明燉) 교수는3일 오후 새로운 에이즈바이러스 발견 사실을 미국에이즈학회에 발표하기 위해 시카고로 떠나기 전 “에이즈는 이제 특정한 나라의 질병이 아니며 특정 국가에서 돌연변이된 바이러스가 곧 다른 나라에서 유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왜 진작 발표하지 않았나.

“새 유형으로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2개의 바이러스를 분리해야 한다. 앨라배마대에서도 이듬해 똑같은 유형의 바이러스를 분리했으나 발표하지 않았다. 국제 공동연구의 중요성이 확인됐다고 본다.”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돌연변이 됐을 가능성은 없나.

“희박하다. 이전부터 유전자 유형이 비슷한 바이러스가 콩고에서 불완전한 형태로 분리됐다.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가 외항 선원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2, 3개국에서만 새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 전염력이 약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에이즈는 잠복기가 평균 10년이다. 어느 정도 전파력이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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