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미국 기업 '감원 피바람'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0분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후퇴 국면에 접어들고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대기업과 닷컴 기업을 중심으로 ‘감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주부터 발표된 굵직굵직한 감원계획들만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다. 세계 3위의 자동차회사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6일 시간제 근로자 1만9000명과 정규직원 6800명을 3년 동안 해고하고 멕시코 등 해외공장 6개를 내년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2만5800명은 북미지역 크라이슬러사 인력의 20%에 맞먹는 것. 크라이슬러는 2000년 3·4분기에 5억12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4·4분기엔 적자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M)는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는 8000여명의 직원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제2의 장거리 전화업체인 월드컴도 26일 인건비 절감을 위해 1만15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이는 전체 직원 7만7000명의 15%에 해당하는 규모. 4·4분기 실적이 17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AT&T도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외에도 통신장비 제조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는 1만명, 세계적인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는 6000명,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는 17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지난주 잇따라 발표했다. CNN방송은 지난주 대기업에서 발표된 감원 규모만 6만7850명에 달한다고 전했는데 크라이슬러사를 합치면 거의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감원 바람은 거품이 걷히고 있는 인터넷 관련 업체나 닷컴기업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AOL타임워너가 자회사인 CNN방송 근로자 400명 등 2400명의 해고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월트디즈니는 29일 인터넷부문 자회사인 고우닷컴(GO.com)을 처분하고 일자리 400개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고용문제 전문연구기관인 CGC사가 29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1월중 닷컴기업에서 해고된 직원이 1만2828명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23% 증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이후 아예 문을 닫은 회사 108개를 포함, 모두 610개 닷컴기업에서 5만4343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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