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살인 용의자'에서
'슈퍼볼 MVP'로

  • 입력 2001년 1월 29일 19시 49분


‘살인 용의자’에서 ‘슈퍼볼 MVP’로.

제35회 슈퍼볼 MVP 레이 루이스(26·사진)는 1년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내 인생 역정의 스토리를 책으로 엮는다면 읽어보고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그의 1년전 모습과 지금 모습은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마이애미대학 3학년을 마친뒤 96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이맘때 제34회 슈퍼볼이 끝난뒤 뒷풀이 파티장 근처에서 20대남자 2명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평소 술 한방울도 입에 안대며 자선단체에도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모범생’인 그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목격자가 “루이스가 두 명의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며 싸웠다”고 한 증언이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져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루이스는 재판진행 도중 검사와의 협상 끝에 2명의 다른 혐의자와 관련된 증언을 한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나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최고의 태클러로 명성을 떨친 루이스는 ‘물만난 고기 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1m85, 111㎏의 탄탄한 체격에 재빠른 스피드까지 갖춘 그를 피해가는 공격수는 드물었다. 정규리그에서 184개의 태클을 성공, 그가 이끄는 수비팀은 한시즌 동안 역대 최소인 단 165점만을 실점했다.

아직 살인사건과 관련된 소송이 끝나진 않았지만 루이스는 슈퍼볼 MVP를 거머쥐며 1년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살인용의자’란 오명은 조금이나마 씻게됐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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