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일본의 이중성에 다시 한번 분노를..."

  • 입력 2001년 1월 29일 15시 56분


`뻔뻔스러운 일본-.'

지난 1월 3일 한국과 일본의 축구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한-일 올스타팀을 응원했다.

고종수(23-수원 삼성)가 절묘한 프리킥으로 세계적인 GK 칠라베르트(파라과이)가 지킨 골문을 뒤흔들자 일본 팬들도 마치 일본의 축구영웅 나카타(24-이탈리아 AS로마)가 골을 넣은 것처럼 기뻐했다.

한국과 일본은 숙명의 라이벌이지만 사상 처음으로 합동팀을 만든 것을 계기로 선린의 관계를 다질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셈이었다.

정치인들이 하지 못한 것을 축구를 통해 해 낸 것이다.

그런데 양국 축구팬들이 이날 보여준 우정은 최근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지난 96년 FIFA에서 정한 2002년 월드컵의 공식명칭은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표기되는 것이었다.

결승전을 일본에 양보하는 대신 명칭 표기에선 한국이 앞서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이 원칙을 저버리기 시작했다.

일본 조직위는 이달초 일본 국내에 판매하는 입장권 신청서 양식에 `한국/일본'이 아닌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고 한국측에 연락을 해 온 것이다.

급기야 한국에선 FIFA와 일본에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FIFA도 일본에게 `한국/일본' 순으로 써야 한다고 통보를 했다.

그러자 일본은 `일본/한국' 부분을 삭제하고 `2002년 FIFA 월드컵'으로만 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6일엔 돌연 당초 입장을 고수,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양국 축구팬들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서로 설전을 벌여가며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일 올스타팀을 함께 응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감정섞인 설전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네티즌들은 일본이 실리(결승전 유치)와 명분(입장권 명칭표기)을 모두 챙기려 한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비단 입장권 신청서에만 `일본/한국' 표기를 하는 게 아니다. 지난 16일 월드컵 D-500일 일본측 행사에 등장한 현수막과 상징물은 물론 월드컵 마스코트 명칭공모 행사장에 내건 현수막에도 `일본/한국'으로 표기돼 있었다.

월드컵 공동개최 정신을 저버리고, FIFA에서 정한 원칙을 무시하는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

과연 한-일 공동월드컵이 제대로 치러질지 걱정이 앞선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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