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형남국제부장-베이커 前국무장관

입력 2001-01-28 18:44수정 2009-09-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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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시대 미국 외교의 주역이었던 제임스 베이커 3세가 미 정치무대의 주역으로 다시 등장했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정부시절 재무장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그는 독일이 통일되고 구소련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세계 외교의 한 틀을 담당했던 거물이다.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정치무대에서 퇴장했던 그는 지난해 미 대선 개표혼란이 시작되면서 홀연 뉴스의 인물로 다시 등장했다. 그는 공화당의 재검표 소송 책임자로서 조지 W 부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베이커 전장관은 부시 대통령 부자는 물론 딕 체니 부통령 등 새 행정부의 핵심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새 행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23일 휴스턴 시내 초고층 빌딩에 자리잡은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찾아가 그가 국무장관 시절 종종 녹색 넥타이를 매고 TV에 등장하던 얘기를 하자 “댓스 굿(That’s good). 맞아요. 녹색 넥타이를 즐겨 매지요”라며 즐거워했다. 그는 중요한 대목에서는 새 행정부의 막후 실력자로 여겨지는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서인지 “이것은 새 행정부의 의견이 아니라 ‘시민 베이커’의 사견”이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인터뷰에는 라이스대 채수찬 교수가 배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어떤 지도자인가.

“나는 부시 대통령이 강하고 확고한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는 자신을 보좌할 매우 훌륭한 팀을 모았다. 몇몇은 그의 아버지 정부에서 일했고 몇몇은 레이건 정부에서 일했다. 특히 외교 및 안보팀은 매우 경험이 많고 담당업무에 해박한 사람들이다. 부시는 뛰어난 주지사였다. 텍사스 주지사로서 그는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나는 국가 차원에서도 그가 마찬가지의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유일 초강대국인데 왜 힘에 의한 외교를 펼치려 하는가.

“안보를 확보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강해야 한다. 분쟁이 생겼을 때 약하면 안보가 마비된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행정부가 선거운동 슬로건으로 내세워 재임중 추진한 것이 바로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였다.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다. 미국의 힘이 40년 간 한국과 일본과의 안보공약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태평양과 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했다.”

―부시 행정부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강행할 방침이다. 왜 중국 러시아 북한은 물론 일부 유럽 국가까지 반대하는 NMD를 구축하려 하는가.

“미국의 많은 사람들, 특히 나를 포함한 공화당측 인사들이 미국과 몇몇 동맹국의 안보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NMD에 관심이 크다. 우리는 현재 미국의 안보가 외부로부터 위협받고 있다고 믿는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NMD를 구축하려고 한다.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NMD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순전한 방어용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방어에 이용되는 고도의 기술은 공격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는 NMD는 순전히 방어용이다. 잠재적 적국들이 한꺼번에 여러 목표를 향해 발사할 수 있는 고도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북한조차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었는데 왜 미국이 방어시스템을 만들어서는 안되는지 묻고 싶다.”

―작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에는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의 활발한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고립정책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많은 나라들과 접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깨우쳤다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국가 지도자가 다른 나라를 방문해 직접 보지 않고는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했다. 부시 행정부도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것은 북한의 자세에 달려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북한과의 접촉에 있어 다음의 3가지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첫째는 남한과의 방위공약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시스템의 생산 유지 판매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과의 합의는 반드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합의도 단순한 ‘말의 성찬’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국무장관의 방북 등은 진전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정치적 외교적 상징성은 있다. 그러나 성취(performance)라는 차원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기 때문에 진전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즉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했는지, 또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 군비 확장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말에 북한 방문을 추진했었다. 부시 대통령도 북한 방문을 추진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 그리고 그에 대한 북한의 행보(performance)에 달려 있다.”

―부시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전화를 통해 조속한 회담에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3월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정부 당국자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한미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갖는다면 이는 양국 관계의 진전을 위해 좋은 것이다. 한미 양국은 특히 대북 정책에 관해 공조를 잘 해왔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은 관계를 더욱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이 미국 일본과 협조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실체가 있는(tangible)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북한과의 접촉으로 인한 결과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어떤 성취와 행동(deed)으로 확인돼야 한다. 국무장관 재임시절 독일 통일을 위해 노력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특히 남북한의 통일을 원한다. 그러나 통일은 쌍방에 의한 통일이어야지 남한 또는 북한에 의한 일방적 통일이 돼서는 안된다.”

―미국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재무장관을 지낸 경험자로서 부시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레이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으로서 86년에 대규모 감세정책을 실행했다. 이 정책이 오늘날 미국 경제붐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추가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등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펼칠 것으로 우려하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구체적 통상정책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러나 보호정책은 좋은 것이 아니다. 일본경제를 보라. 일본이 80년대 부러울 것 없이 욱일승천했으나 현재는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온갖 보호정책과 규제 때문에 오늘날 일본 경제가 이 모양이 됐다. 일본의 경우를 교훈 삼아야 한다. 개방은 한국에도 좋은 것이다.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보호주의 장벽만 치면 결국 한국 국민과 한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부시 행정부의 안보팀은 미 언론이 ‘드림팀’이라고 부를 정도로 막강한 인물로 구성됐다. 이들이 거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처럼 국정을 운영해나갈 것이다. 아버지 부시 팀은 조화롭게 국정을 잘 이끌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서로 협력해가며 함께 일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좋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갈등 없이 국가를 잘 이끌어갈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 유럽을 담당하고 파월 국무장관은 아시아를 담당하는 식으로 업무분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반도는 누가 담당할 것인가.

“모든 결정은 부시 대통령이 내린다.”

―대선 개표과정에 공화당의 책임자로 나서 부시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부시 대통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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