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작은 인디언의 숲

입력 2001-01-26 18:38수정 2009-09-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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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인디언의 숲/E T 시튼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448쪽, 9800원/두레

나는 다락방에서 글을 쓴다. 이 곳 내 책상 옆에는 작고 동그란 창문이 하나 나 있다. 얼마 전 그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였을 때 나는 지난 여름에 읽었던 ‘작은 인디언의 숲’을 다시 펴들었다. 책 속 가득 물들어 있는 여름 녹색과 겨울 흰색, 그 읽는 맛이 확연하게 다를 것 같아서였다.

‘작은 인디언의 숲’은 ‘시튼 동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저자가 자전적으로 쓴 소설이다. 어린 시절 캐나다 숲 속에서 경험한 원시의 세계를 감성 깊은 필치로 그린다.

시튼은 원래 동물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미술대학을 나온 뒤 뒤늦게 동물문학가로 꽃을 피운 사람이다. 이 책의 삽화들도 모두 손수 그렸다. 글과 그림이 한 정신에서 나와 완벽하게 한 몸을 이룬다.

이 책은 ‘두 작은 야만인들(Two Little Savages)’이라는 원제가 가리키듯 인디언을 동경하는 두 소년이 자연의 비밀과 그 곳에 적응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터득하며 생명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캐낸 자연의 비밀들은 마치 나도 그곳에 함께 있는 듯 미처 가시지 않은 흙 냄새 마냥 장마다 흥건히 묻어난다.

올 겨울엔 유난스레 눈이 많이 내린다. 아이들에겐 그냥 신나는 일이고 젊은 연인들에겐 가슴 설레는 일이건만, 운전은 어떻게 하지, 골목길은 언제 쓸지 등을 걱정해야 하는 어른들의 마음은 왜 이리 비좁기만 한 것일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겨울 방학이라 어김없이 대관령 기슭 할아버지 댁에 가 지내던 어느 날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렸다.

물론 내가 작았을 때라 그랬겠지만 거의 내 키만큼 쌓였다. 언덕 너머에 있는 큰댁까지 굴을 뚫으며 가겠다고 법석을 떨다 눈에 파묻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눈에 발은 물론 온몸이 푹푹 빠져 쩔쩔매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토끼와 노루들도 깊은 눈 속에선 그리 민첩하지 못했다.

이 책은 특히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하지만 권하면서도 왠지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의 주변에서 자연을 몽땅 빼앗아버린 후 자연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은 어쩌면 고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겨울 방학인데 아이들과 바글거리는 스키장이 아니라 통나무 산장을 찾아 밤을 새며 함께 읽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곤 이튿날 아침 자연의 비밀을 캐러 숲으로 향하는 것이다.

최재천(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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