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하한가]대변인은 입에서 쓰레기 만 쏟아낸다

  • 입력 2001년 1월 23일 10시 34분


여야의 정치공방이 지겹다. '안기부 돈 수사'에 '정대스님의 이회창총재 비난 발언'까지 겹쳐 한치 앞이 안보일 정도다.

공식논평이라는 점잖은 이름을 빌어 벌이고 있는 여야의 '말싸움'은 이제 '욕지거리'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나라당은 최근들어 '김대중대통령=궁예' '민주당 김중권대표=아지태'로 비유하고 있다.

권대변인은 지난 20일 민주당 1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논평에서

"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는 모든 사람의 행동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는데 마진국의 궁예가 '관심법' 운운하며 철퇴를 내려치는 장면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대변인은 22일 '안기부돈 수사' 논평에서 "현 정권이 장기집권음모를 획책하다가 기획과 연출이 서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총지휘하고 있다"며 김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을 겨눴다.

민주당도 '말싸움'에서는 한나라당에 결코 뒤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홈페이지에 실린 22일자 장전형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이제 겨우 삼년 남짓 야당생활을 한 그가(권대변인) 독재시대의 야당탄압과정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온갖 추잡한 용어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회창총재를 겨냥해서는 "총재 스스로 자신의 반대파를 향해 '창자를 뽑아버리겠다'는 등 뒷골목의 주먹 세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집안이니, 아랫사람 들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라고 비난했다.

최근 여야의 논평에서 정책적 비판이나, 쟁점사안에 대한 합리적 반박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통 양당 총재를 겨냥한 욕설만이 판을 치고 있다.

22일 김영환 민주당 대변인이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앞으로 보낸 서한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포주 정치, 노새 정권, 대통령 정치인식 저질 등과 같은 참으로 듣고 있을 수 없는 폭언이 쏟아지는데, 총재께서 양당 대변인의 폭언과 인신공격을 꾸짖어주신다면 큰 교훈이 될 겁니다."

'저질논평'의 주연중 한 사람이 상대방 총재에게 띄운 편지라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건 '고백성사' 인가? 아니면 '집안단속' 부터 하라는 의미인가?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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