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척하면 삼천리"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36분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벌써 한국말을 마스터했나?

19일 축구대표팀 전용버스 고사를 지낼 때 기자들이 “왜 감독은 절을 안 하나”고 물었다. “무릎이 아파서 그렇다”는 협회 통역요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히딩크감독은 한국말 대화 내용을 다 알아들은 듯 “바로 그 때문입니다(That’s why)”라고 영어로 일갈, 기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인터뷰 때도 기자들의 질문이 장황한 배경 설명으로 길어지면 통역을 하기도 전에 “당신 말이 맞습니다(You are right)”라고 답변, 질문자를 머쓱하게 만들기 일쑤다.

팀 훈련 때도 마찬가지. 한국인 코치들이 순간 순간 선수들에 대해 하는 멘트를 다 알아들은 듯 불쑥 한마디씩 던져 깜짝 놀라게 한다.

히딩크감독은 정말 한국말을 다 배운 걸까. 그렇진 않다. 아직까지 할 수 있는 한국말은 겨우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모르는 언어를 대충 알아듣는 비결은 뭘까.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모국어인 네덜란드어 외에도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남다른 언어감각이 그 바탕. 또 있다. 비상한 머리. 히딩크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날도 그리 머지 않아 보인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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