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부패 정치인' 比 에스트라다 영광과 좌절

  • 입력 2001년 1월 20일 16시 43분


유명 영화배우→인기 대통령→뇌물을 밝힌 파렴치한→망명정객 또는 죄수.

20일 필리핀 민중의 거센 하야 요구에 굴복해 실각한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대통령(63)의 굴곡 많은 인생 이력이다.

그는 한때 ‘에랍’ ‘버디’라는 예명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중 정치인이었다. 그가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바로 영화였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는 영화배우로 인기를 끌었다. 69년 마닐라 근교의 고향 도시 산 후안의 시장이 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6년간 시장을 역임하고 상원의원에 이어 92년 부통령에 당선됐다.

영어보다 필리핀어를 옹호하는 국수주의자였으며 90년대초 미군 기지를 철수시키는 데도 한몫했다. 98년 5월 임기 6년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기득권층의 부와 권력을 재분배하자는 주장을 내세워 ‘서민의 친구 로빈 후드’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집권 후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는 듯하다 곧 권력의 달콤함에 취했다. 온갖 군데에서 뇌물을 거둬들였고 이 돈으로 충성과 지지를 사들이다시피했다. 지인들과 밤마다 술판을 벌여 ‘밤의 내각’이 따로 있다는 말도 나왔다. 여성편력도 심해 6명의 여성과의 사이에 11명의 자녀를 낳았다. 정치적으로 무능한데다 돈과 여자를 밝히고 사치를 즐기던 에스트라다는 ‘서민의 친구’란 환상에서 깨어난 민중의 힘에 밀려 결국 권좌에서 끌어내려졌다. 이제는 망명 정객이나 독방의 수인이 될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