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촛불 50개의 정성 "얼어붙은 딸기 살렸어요"

  • 입력 2001년 1월 19일 01시 38분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에서 1000여평의 비닐하우스에 딸기를 재배하는 강창국 (姜昌國·55), 한광순(韓光順·48)씨 부부는 요즘 간절한 마음으로 촛불을 켠다.

지난해 말 비닐하우스에서 추위로 얼어붙은 딸기 묘목을 촛불이 살렸기 때문이다.

막일을 하던 강씨는 10년전 교통사고를 당해 3번이나 뇌수술을 했고 이 비용을 벌기 위해 농협에서 많은 돈을 빌려 비닐하우스 재배를 했으나 실패해 2억원 가까이 빚을 졌다.이 때문에 비닐하우스 난방에 필요한 면세유를 살 수 없는 처지였다.

절에 다니는 부인 한씨는 급한 마음에 집에 있는 양초를 꺼내다 비닐하우스 안에 켜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딸기들이 죽지않게 해주세요. 그래야 이자라도 일부 갚고 막내 아들 등록금도….’

간절한 기도 때문일까, 아니면 촛불의 열기 때문일까. 묘목은 촛불을 켠 뒤 얼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한씨는 이 때부터 인근 사찰과 성당 등을 돌아다니며 쓰다남은 초를 구해다 가 바깥 온도에 따라 개수를 달리해 비닐하우스 안에 초불을 켰다. 200평 비닐하우스에 50개의 촛불을 켤 경우 온도가 3∼4도 가량 상승했다.

강씨 부부는 최근 한파가 몰려오자 비닐하우스위에 비닐을 덧씌운뒤 그 안에 한동(200평) 당 50여개까지 촛불을 켜 딸기가 얼어죽는 것을 막았다.

“생육온도(영상 10도)를 맞추지 못해 설 대목에 딸기를 출하하기는 어렵게 됐지만 딸기가 얼어죽는 것은 막아 천만다행이예요.”

한씨는 초를 구하러 바쁘게 발걸음을 움직이면서도 밝은 표정이었다.

<옥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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