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흘러가는 영화의 한 장면에 광고를 등장시키는 기법이 PPL(Product Placement)이다. PPL은 무의식중에 관객에게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 준다. 전국에서 600여만명의 관중을 동원한 ‘쉬리’는 30개가 넘는 제품을 PPL로 처리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PPL광고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간혹 어색한 장면도 있어 너무 ‘상품 보여주기’에 치우쳤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선 이미 70년대부터 PPL이 시작됐다. 그 기법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한 영화가 82년 제작된 ‘ET’. 외계인 ET는 지구인 꼬마 엘리엇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그 때 ET의 손에선 m&m 초코볼이 하나둘 떨어져 바닥에 쌓인다.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m&m의 제품 슬로건이 “손에서는 녹지 않고 입에서는 녹아요”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들은 영화의 주제가 부각되는 장면에서 m&m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제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m&m의 등장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전체 시나리오 구조 속에 완벽하게 녹아 있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ET가 상영된 후 m&m의 매출은 66%나 늘었다고 한다. 기존의 어떤 매체광고로도 이에 버금가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우리 영화에서도 ET에서와 같이 ‘표나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크게 표를 낼 수 있는’ PPL기법이 시도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홍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