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터넷 게시판업체들, 불건전 자체 정화나서

  • 입력 2001년 1월 15일 15시 04분


벤처기업 직원인 B씨는 평소 게임이나 성인 자료를 얻기 위해 와레즈 사이트(상용 컨텐츠를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사이트의 총칭)를 자주 방문한다.

저녁을 먹고 한 와레즈 사이트에 접속한 B씨는 오후만 해도 접속 가능했던 자료실 게시판이 모두 폐쇄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건전 정보 수록을 이유로 게시판 서비스 업체에서 게시판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와레즈(WAREZ)= 인터넷의 다양한 프로토콜, 뉴스그룹, 월드와이드웹(WWW), FTP, IRC 등을 통해 프로그램과 정보를 공유하는 일체의 행위 또는 조직을 일컫는 말. 네티즌들은 와레즈사이트를 통해 연예인 동영상이나 정품 게임 자료 등을 아무런 제약없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와레즈는 운영체제, 유틸리티 등 각종 프로그램, 게임 , 플레이스테이션용 CD, 동영상 파일, MP3 파일 등 존재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있다. 이러한 배포 행위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터넷 해적' 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한글판 와레즈 사이트로는 백지영 동영상 유포로 유명한 Y 와레즈 등 수십 개의 와레즈가 있다. 최근에는 와레즈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와레즈 보호 사이트 '잇바이닷컴'이 만들어져 네티즌 사이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게시판 폐쇄가 늘고 있는 것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실명 확인을 하지 않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게시판 운영 업체들이 경찰의 단속강화와 이에 따른 자체 정화 차원에 나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고수입에 의존해 온 슈퍼보드닷컴, 블루버드 등 전문 게시판 서비스 업체들은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용자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회원을 받아 들여 왔다.

일부 네티즌은 이러한 익명성을 이용해 와레즈 사이트를 온라인 게시판으로 이용해왔다.게시판운영 업체들은 이를 막기 위해 자체 조사와 네티즌 제보에 의존해 불법으로 이용되는 게시판들을 적발 해 왔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블루보드 관계자는 "회원 가입시 주민등록번호 이외에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 실제 주소를 적어 내도록 했지만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 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슈퍼보드 관계자도 "게시판에 링크된 사이트만 50만 건 이상이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무료 회원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시판 서비스 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회원 신분 확인 작업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회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비교 확인해 비실명 회원을 제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슈퍼보드닷컴은 새로 선보인 '슈퍼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트 상대 검색 서비스인 슈퍼 데이트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

등본 또는 호적등본 1통, 직장의료보험증 사본 또는 재직증명서, 학생일 경우 학생증 사본이나 재학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 회원의 경우 추가 정보를 제공해야 정회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우회적인 신분 확인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밖에 올 상반기에 실시할 유료 게시판 서비스인 '멀티보드' 회원에게도 정확한 신상 정보를 요구할 방침이다. 요금을 징수하려면

회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블루보드를 운영하는 이지나라나 슈퍼보드닷컴은 네띠앙이나 하늘사랑에서 추진한 주민등록번호- 실명 확인 작업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개인정보 관리 기관과 계약을 맺고 회원 가입시 기재한 정보가 정확한지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 게시판 업체는 확인 작업에 필요한 비용 때문에 적극적인 확인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유료 서비스 등을 통해 재정상황이 좋아지면 확인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슈퍼보드 관계자는 "업체에서 자발적인 정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며 "사회단체와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불건전 정보를 제공하는 게시판을

찾아 제보해 주는 등 도움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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