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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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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추어 놓는다. 중학교 2년생 딸은 공부방에서 노트북으로 만화 영화를 감상하면서 휴대전화로 최신곡 음악파일을 저장한다. 아내는 문득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집안 분위기를 밝게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냉장고 모니터에서 거실의 램프 아이콘을 찾아 조명을 밝게 조절하고 난방 온도도 높인다.비슷한 시간, 퇴근길의 A부장은 버스안에서 IMT―2000 단말기로 집에 전화를 건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서류의 압축파일을 집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해 저장하는 것. 케이블TV에서 방영중인 골프레슨 프로그램을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에 녹화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모든 가전제품들이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되는 ‘홈 네트워크’ 시대, 한 가정의 풍속도는 이렇게 바뀐다.】
한집안의 모든 가전제품과 컴퓨터 관련기기들이 디지털화되고(Dig―italization), 동시에 서로 연결되는(Networking) ‘디지털 가정(Digital Home)’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1 국제 전자제품 전시회(CES)’는 홈 네트워크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며 머나먼 미래의 공상도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전자업계의 새 화두 홈 네트워크〓 홈 네트워크란 모든 전기 전자제품을 전화선이나 케이블, 무선으로 연결해 제품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작동토록 하는 기술. 집안에서건 집밖에서건 리모컨이나 휴대용 단말기로 마음대로 전자제품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상용화되는 시기는 2∼3년뒤. 지금까지 관련업계의 관심사는 사용자가 개별 제품들을 직접 만지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는 홈 오토메이션(자동화)이었다.
홈네트워크는 단순 원격조종을 뛰어넘어 제품끼리 대화하면서 주인의 편익을 위해 역할을 분담토록 하는 개념.
‘디지털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생활도 기존 아날로그 시대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집안 전체가 인터넷 환경〓삼성전자 중앙연구소 이귀호 책임연구원은 “홈 네트워크가 갖춰지면 굳이 컴퓨터를 통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며 “대개 가정마다 1, 2대뿐인 컴퓨터가 가전제품 수만큼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가전제품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므로 각 제품의 모니터를 통해 E메일을 주고받거나 다양한 정보 검색이 가능해진다. 모니터에는 뉴스 날씨 주식시세 게임 쇼핑 여행 등의 아이콘이 있어 초보자라도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사활을 건 국제표준 경쟁〓홈 네트워크에 필요한 디지털가전 시장 규모는 2003년 2700억달러, 2004년 309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반도체시장(2000년 2300억달러)보다 더 큰 규모.
이에 따라 디지털가전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재 홈 네트워크 기술의 국제표준화 경쟁에 뛰어든 업체는 삼성전자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휴렛팩커드 등 5, 6개 기업. 비디오 오디오 기기에 특화된 삼성(홈와이드웹) 소니(하비) 등 전통적 의미의 가전업체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컴퓨터에 강한 MS(UPnP)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JINI) HP(CHAI) 등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홈 네트워크가 정착되면 기존 아날로그 제품은 전면 교체가 불가피해진다. 전자업계는 네트워크형 가전시장이 형성되면 또한번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발업체들간의 신제품 경쟁도 따지고 보면 한계에 부닥친 가전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이 아니면 가전제품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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