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군까지 성희롱하면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35분


일반 직장에서 성희롱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추세인데 군에서도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장교를 성희롱했다니 충격적이다. 누구보다도 군의 규율을 엄정히 교육하고 감독해야 할 고위 지휘관이 이런 짓을 저질러 징계위에 회부될 정도라면 군의 기강해이 정도가 심각한 지경이 아닌지 걱정이다.

문제의 사단장은 부하인 여군장교를 지역유지와 함께하는 만찬 석상에 동행시켜 술을 따르도록 하고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고 한다. 이는 남녀를 떠나서 국군 장교의 존엄성을 땅에 떨어뜨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군은 상하 계급질서가 근간이고 명령과 복종으로 형성되는 조직이지만 그런 질서가 남녀관계까지 지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지휘관이 있기 때문에 성희롱 사건이 빈발하는 것 아닌가. 작년 6월에도 한 동원사단장이 부대 회식장에서 부하의 부인과 어지럽게 춤을 추면서 성희롱한 사건이 알려져 군 내외에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또 작년 말에는 한 의류업체 간부들이 자사 여직원들을 병영에 데리고 가 식사시간에 군인들에게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게 하거나 짝을 지어 산책하는 ‘서비스’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비뚤어진 판촉행사였던 모양이지만 그런 것을 방관한 부대 지휘관들도 책임이 크다. 사건 후 육군은 ‘성적 군기 문란 사고 방지방침’을 예하부대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단장의 예에서 보듯이 고위 지휘관의 일탈행위는 그런 방침만으로 방지되지 않는다.

군내 성희롱 사건은 밖에 알려진 것보다 그 실상이 더 심각하지만 일반 사회와 다른 폐쇄성 때문에 그냥 덮이곤 한다는 얘기가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해도 유사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군 수뇌부의 예방대책과 감독이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여군의 역할은 컴퓨터 전문직이나 행정직뿐만 아니라 전투병과에 이르기까지 더욱 중요해지고 그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군의 전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도 여군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나가야 할 텐데 엉뚱한 성희롱 사건 같은 것으로 사기를 떨어뜨리고 복무의욕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상관이 부하를 성희롱하는 군대가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군 수뇌부는 성희롱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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