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단장은 부하인 여군장교를 지역유지와 함께하는 만찬 석상에 동행시켜 술을 따르도록 하고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고 한다. 이는 남녀를 떠나서 국군 장교의 존엄성을 땅에 떨어뜨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군은 상하 계급질서가 근간이고 명령과 복종으로 형성되는 조직이지만 그런 질서가 남녀관계까지 지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지휘관이 있기 때문에 성희롱 사건이 빈발하는 것 아닌가. 작년 6월에도 한 동원사단장이 부대 회식장에서 부하의 부인과 어지럽게 춤을 추면서 성희롱한 사건이 알려져 군 내외에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또 작년 말에는 한 의류업체 간부들이 자사 여직원들을 병영에 데리고 가 식사시간에 군인들에게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게 하거나 짝을 지어 산책하는 ‘서비스’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비뚤어진 판촉행사였던 모양이지만 그런 것을 방관한 부대 지휘관들도 책임이 크다. 사건 후 육군은 ‘성적 군기 문란 사고 방지방침’을 예하부대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단장의 예에서 보듯이 고위 지휘관의 일탈행위는 그런 방침만으로 방지되지 않는다.
군내 성희롱 사건은 밖에 알려진 것보다 그 실상이 더 심각하지만 일반 사회와 다른 폐쇄성 때문에 그냥 덮이곤 한다는 얘기가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해도 유사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군 수뇌부의 예방대책과 감독이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여군의 역할은 컴퓨터 전문직이나 행정직뿐만 아니라 전투병과에 이르기까지 더욱 중요해지고 그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군의 전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도 여군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나가야 할 텐데 엉뚱한 성희롱 사건 같은 것으로 사기를 떨어뜨리고 복무의욕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상관이 부하를 성희롱하는 군대가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군 수뇌부는 성희롱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