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다시 뛴다]이근영위원장 “구조조정 수시로”

입력 2001-01-08 18:54수정 2009-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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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 시무식. 새해를 맞는 이날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의 식사는 비장했다.

“군살을 신속하게 도려내면서도 피는 한방울도 흘리지 말라는 것이 우리에게 내려진 훈령입니다. 답답한 심정이 앞서겠지만 이것이 바로 구조조정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해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마십시오. 한국의 금융여건이 우리의 노고를 평가할 만큼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지난해 8월 부임 이후 하루도 바람잘 날 없었던 이위원장에게 올 한해 역시 시련의 연속일 것 같다. 부임 직후 터진 현대사태와 이후 신용금고 출자자 대출로 빚어진 장래찬 전 비은행검사1국장의 자살, 이로 인해 금감원에 쏟아진 세간의 비난, 부실기업 퇴출 발표와 은행합병에 따른 국민―주택은행의 파업 등…. 아직도 진행형인 사안들을 볼 때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가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이위원장은 부임 이후 지금까지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의 큰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졌다고 자부한다. 기업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2단계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고 그 결과 53개 퇴출기업을 선정했다. 2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해서 복마전이었던 상호신용금고에 손을 대 지난해 하반기에만 20여개의 신용금고를 폐쇄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 골격을 마련하고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해 목표를 묻자 그는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이 정부 주도의 집단적이고 일시적인 구조조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장 파워, 시장 기능에 의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정착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올해 안에 세계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한 두개의 국제적인 은행을 탄생시키고 국제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음놓고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일고 있는 관치금융 논란과 이에 따른 시장의 비판 등은 우리의 낙후된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의 현실을 가감 없이 노출시켜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이렇게 풀이했다. “어느 나라건 금융당국이 시장의 막힌 부분을 뚫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제일은행이 반발을 했지만 결코 비난하지 않습니다. 제일은행은 소신껏 판단을 한 것이고 정부도 정부 나름대로 소신껏 판단을 내린 겁니다.”그는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금융구조조정 성패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어려움도 많겠지만 잘 극복한다면 하반기부터는 희망이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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