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자금' 정쟁 그만두라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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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與野) 대결이 민주당 세 의원의 자민련 ‘임대 입당’에서 검찰의 안기부자금 수사로 옮겨 붙으면서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 바람에 미국의 금리인하로 모처럼 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경제는 다시 어려워지고, 개혁과 구조조정도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국민의 불안감과 정치불신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국가안보에 써야 할 정보기관 자금이 특정 정당의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사건은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강삼재(姜三載) 한나라당 의원은 검찰 소환에 응하는 것이 옳다.

안기부자금 수사가 ‘민주당 의원 꿔주기’란 정치적 악재(惡材)를 덮기 위한 검찰의 ‘기획수사’라는 것이 야당의 시각이지만 우리는 자체 수사라는 검찰의 말을 믿는다. 그런데 이것이 사건의 본질과는 달리 정치적 성격으로 변질됐다. 여권이 무분별하게 정쟁(政爭)을 촉발시킨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4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검찰더러 수사를 하라 말라 할 수는 없다. 검찰이 독립성을 갖고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중권(金重權) 민주당대표는 바로 그 다음날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이던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총재가 몰랐을 리 없다”며 마치 수사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발언했다.

더구나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검찰측이 아직 이총재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하는데도 연일 이총재의 사건 관련설을 흘리고 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이회창 죽이기 음모’라며 ‘(김대통령과 관련된) 3대 비자금 의혹’도 함께 밝히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3대 비자금 의혹’ 중 하나인 ‘20억원+α’의 경우만 보아도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이 DJ에게 개인돈으로 그런 거액을 건넸을 리는 만무하다. 떳떳지 못한 돈이었을 것만은 분명하다. 이 돈의 전달자는 바로 현 민주당대표인 김중권씨이다. 나머지 두 의혹도 따지고 들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여야가 과거의 정치자금 의혹에 매달려 싸움만 하고 있어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따라서 정치권은 더 이상 이번 사건을 정쟁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

검찰도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중립적이고도 공정한 자세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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