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독일 TV '히틀러를 흠모한  여인들' 인기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47분


‘히틀러의 여인들.’

최근 독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TV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뮌헨에서 활약중인 영화감독 토마스 하우스너가 제작해 이달 초 바이에른방송을 통해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히틀러가 추진한 산업화와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헌신적인 희생자로 묘사된 전통적인 여성상을 뒤집고 나치정권의 열렬한 협력자로 독일 여성을 그리고 있다.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최신호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면서 “정계와 법조계, 재계 등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오른 여성은 거의 없었지만 독일 민족을 파멸로 이끈 배경에는 히틀러를 흠모한 많은 여성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우스너 감독은 이 프로의 제작을 위해 1년 동안 히틀러 주변에 있던 나치 인사와 여성 등 수백명과 인터뷰를 했고 관련 서류를 철저하게 고증했다.

슈테른은 “히틀러는 여성의 환심을 사는 것을 가장 중요시했으며 연설할 때 맨 앞줄에 열광적인 여성을 배치하는 등 독일 여자들이 자신에게서 ‘메시아적 매력’을 느끼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 때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다. 출판인인 엘자 브루크만은 오스트리아 변방 출신의 히틀러를 뮌헨의 사교계에 소개한 뒤 음식 먹는 법과 상류사회의 대화술까지 가르친 가정교사역을 맡았다. 큰 부자였던 게르투르트 폰 장들리츠는 재산을 나치당에 헌납했고 헬레네 벡슈타인은 자신의 보석까지 팔아 어려웠던 히틀러를 도왔다.

이에 힘입어 히틀러는 1933년 권력을 장악한 뒤 사회참여와 자아실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독일 여성을 노동현장으로 내몰았다고 하우스너는 분석했다.

히틀러는 선전상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부인 마그다 등 유명 여성을 통해 독일 여성의 전쟁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이런 풍조의 부작용으로 게슈타포 고급 장교의 부인들은 집단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렸고 심지어 채찍으로 학대하거나 총으로 살해하기까지 했다.

히틀러는 1944년 베를린의 총통관저 지하실에서 에바 브라운과 자살하기 전까지 조카 라우발과 조종사 하난 라이치 등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다.

하우스만은 “나치의 광분은 히틀러를 사랑하거나 그를 도와 전쟁을 독려했던 숱한 여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 기회에 나치독재와 이에 협력한 독일 여성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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