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사이버가 주도〓새천년 주식시장은 사이버 거래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말 기준으로 올 한해 사이버거래 비중은 55.7%로 지난해 25.4%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11월에는 거래비중이 65.8%로 폭증했다. 전국의 사무실에 사이버 주식시장이 침투했고 이를 막으려는 회사와 직원들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도 유별났다. 현재 사이버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도 37개. 모 증권사는 직장상사 몰래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이버 거래 왜 늘었나〓사이버 거래시스템은 실시간 시세확인이 가능한 데다 펀드매니저와 동일한 수준의 분석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특히 신생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거래대금의 0.5%였던 수수료가 20분의 1 수준인 0.025%까지 떨어져 투자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한국증권업협회 강석훈팀장은 “투자정보 접근의 편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접목되면서 증시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며 “초고속통신망과 인터넷PC 등의 보급으로 앞으로는 사이버거래가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기반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제 발등을 찍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살깎기식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이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않는 한 증권사의 어려움은 가중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데이트레이딩의 일반화〓사이버거래 열풍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딩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전체 거래량의 37.6%가 데이트레이딩에 의한 것. 이중 개인비중이 95%로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단타매매는 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가격변동성을 높였으며 그 바람에 단기투자자는 장기투자자에 비해 더 손실을 보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이 건전한 투자장이 아닌 ‘승률게임’이 판치는 투기장으로 변질된 것도 단타매매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단타매매는 ‘스톡홀릭(stockholic)’이라는 신종 정신병을 낳기도 했다. 정부가 액면가 이하 주식거래에 대해 부여하던 감면혜택을 폐지하기로 해 내년에는 불필요한 단타매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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