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이버 거래 확산…'클릭 놀음'에 기둥뿌리 '폭삭'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5분


신문이나 잡지로 투자정보를 얻던 1년 전과는 투자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사이버 거래가 수익률까지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P씨의 올해 재테크 성적표는 초라하다. 돌아보면 불필요한 거래도 많았고 가끔씩은 웹상에 오른 허위정보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시세표를 계속 보고 있노라면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느다. 돈은 돈대로 잃고 일은 일대로 안되고…. 요즘은 아내가 PC를 팔아버린다고 난리다.

▽올해 증시 사이버가 주도〓새천년 주식시장은 사이버 거래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말 기준으로 올 한해 사이버거래 비중은 55.7%로 지난해 25.4%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11월에는 거래비중이 65.8%로 폭증했다. 전국의 사무실에 사이버 주식시장이 침투했고 이를 막으려는 회사와 직원들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도 유별났다. 현재 사이버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도 37개. 모 증권사는 직장상사 몰래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이버 거래 왜 늘었나〓사이버 거래시스템은 실시간 시세확인이 가능한 데다 펀드매니저와 동일한 수준의 분석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특히 신생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거래대금의 0.5%였던 수수료가 20분의 1 수준인 0.025%까지 떨어져 투자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한국증권업협회 강석훈팀장은 “투자정보 접근의 편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접목되면서 증시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며 “초고속통신망과 인터넷PC 등의 보급으로 앞으로는 사이버거래가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기반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제 발등을 찍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살깎기식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이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않는 한 증권사의 어려움은 가중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데이트레이딩의 일반화〓사이버거래 열풍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딩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전체 거래량의 37.6%가 데이트레이딩에 의한 것. 이중 개인비중이 95%로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단타매매는 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가격변동성을 높였으며 그 바람에 단기투자자는 장기투자자에 비해 더 손실을 보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이 건전한 투자장이 아닌 ‘승률게임’이 판치는 투기장으로 변질된 것도 단타매매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단타매매는 ‘스톡홀릭(stockholic)’이라는 신종 정신병을 낳기도 했다. 정부가 액면가 이하 주식거래에 대해 부여하던 감면혜택을 폐지하기로 해 내년에는 불필요한 단타매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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