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모토후미 고바야시의 전쟁만화<해피 타이거>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6시 41분


<도로 위의 괴물> <장갑척탄병> <강철의 사신> 등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한 만화를 주로 그려온 모토후미 고바야시의 <해피 타이거>(초록배 매직스 펴냄)가 최근 출간됐다.

전투현장을 다양하고 실감나게 묘사해 명실공히 전쟁만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고바야시는 병사, 각국의 군대병기, 전투기, 전차, 탱크 등 전쟁병기를 꼼꼼한 고증과 세밀한 관찰을 통해 그린다.

모토후미 고바야시의 전쟁만화 시리즈중 5번째로 출간된 <해피 타이거>는 일본군 쇼오토쿠 가와지마 소위의 전쟁담을 그린 만화다. 가와지마가 전쟁 중 일본군에서 몽고인으로 오인되고, 몽고인에서 러시아 군인으로, 독일 포로로, 독일 정예 전차병으로, 마지막으로 일본의 전쟁영웅이 돼 돌아오는 기나긴 전쟁여정을 한권에 담아내고 있다.

1991년 2월 걸프전이 일어났을 때 작가 고바야시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독일군 전차 사진을 보다가 한자 '福'이 거꾸로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화면은 과거 속으로 돌아간다.

소화 14년(1939년) 8월28일 몽고의 노몬한. 전쟁에서 패한 가와지마 소위는 부상을 입어 실신하고 같이 있던 상등병 나카무라는 비겁하게 도망을 친다. 우연히 길을 지나던 몽고인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진 가와지마는 그후 '바돌'이란 이름의 몽고인으로 살아간다. 바돌은 소련군이 전쟁 지원군을 강제로 징집하자 자신을 구해준 몽고인의 은혜를 갚기 위해 징집에 지원하게 된다. 독일군과의 전투중 적군인 병사 한스 조레쯔의 생명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그와 두터운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해피 타이거>는 이처럼 피폐해진 전장터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는 살아 숨쉬고 있다는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 있는 만화다. 이 만화의 독특한 점은 현실 속의 작가 고바야시의 주변 인물들이 만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 군인정신이 부족하고 나태한 나카무라 상등병은, 도입부분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현실속 고바야시의 문하생 나카무라다. 또 고바시 자신이 문하생들에게 '전쟁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소도 '해피 타이거'라는 카레점이다. 한술 더떠 그 주인장은 바로 전우애를 함께 나눈 조레쯔다. 이같은 형식은 무겁고 어둡게만 비춰질 수 있는 전쟁만화에 활력소가 돼 주인공이 겪었던 전쟁의 느낌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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