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스파이로 자이라', "관객을 흥분시키고 싶다"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2시 03분


컨템포러리 재즈 밴드 '스파이로 자이라'(Spyro Gyra)가 21일 서울 힐튼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정갈하지만 자유로운 사운드로 26년째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스파이로 자이라'는 멤버 모두 40~50대의 노장 뮤지션들. 생물시간에 배운 '해조류'(Spiro Gira)를 이용해 밴드 이름을 지었다는 이들은 "목소리가 아닌 연주를 통해 부드럽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 리더 제이 베켄슈타인(색소폰)과 톰 슈만(건반), 훌리오 페르난데스(기타), 스콧 앰부시(베이스), 조엘 로센블래트(드럼)이 지난 20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 한국을 방문한 첫 느낌과 내한공연을 갖게된 소감은?

- 제이: 오늘 아침에 서울에 도착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동양에 관심이 많다. 우리를 불러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한국 뮤지션을 알고 있나?

- 제이: 미국 뉴욕의 내 스튜디오에서 미국 록 그룹 '드림시어터'의 녹음을 해 준 적이 있는데 멤버 중에 드럼주자 존 명이라는 한국인을 알고 있다. 음악성이 뛰어난 친구였다.

▼ 이번 콘서트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 톰: 지금까지 우리가 발표한 음악이 250곡이 넘는다. 1시간30분이란 시간적 한계가 있지만 히트곡과 신곡 등 10곡 정도를 선보일 생각이다.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관객을 흥분시키고 싶다.

조엘: 우리는 관객과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공연을 보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사운드의 진수를 느낄 것이라고 장담한다.

▼ 20년 넘게 밴드를 유지해 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 조엘: 멤버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한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라 할 수 있다.

스콧: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고 발전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비결이라고 본다.

제이: 재즈라는 장르는 연륜의 음악이다. 오래 갈수록 그 맛이 우러난다고나 할까?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라이브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 행복하다.

♬ 노래듣기

  - Heart Of The Night
  - Morning Dance

▼ '스파이로 자이라'는 퓨전 재즈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 제이: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고 약간 길다(웃음). 재즈에 기본을 두고 R&B, 라틴음악, 월드 뮤직을 접목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 저것을 다루니 퓨전(Fusion)음악을 하고있는 셈이다.

스콧: 우리 음악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다양성'이나 '즐거움'이다. 서양과 동양이 조화를 이룬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주니까.

▼ 데뷔시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 톰: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진정한 밴드가 됐다고 생각한다.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조엘: 우리 음악은 개개인의 음악적 욕심을 모은 결과물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으면서 발전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제이: 같이 생활하고 연주를 하다보니 음악적인 마법이 생겼다.

▼ 영향을 받았거나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

- 훌리오: 쿠바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기타 연주자여서 자연스럽게 전통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6살 때쯤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을 때 '비틀스'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마일즈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톰: 듀크 엘링턴이나 허비 행콕같은 재즈 뮤지션을 좋아했고 가끔씩 스티비 원더와 프린스의 음악도 듣곤 한다.

스콧: 처음에는 엘리스 쿠퍼, '답 퍼플' 같은 록 음악을 즐겨들었고 요즘은 재즈나 R&B 음악도 좋아한다.

제이: 스탄 게츠 '웨더 리포트' 등 월드 뮤직 계열을 좋아한다. 요즘은 딸 셋의 아버지로 집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음악을 죽도록 듣고 있다(웃음). 어떤 음악이든 귀를 열고 듣는다.

▼ 한국은 물론 미국 음악 시장도 10대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견 그룹으로서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 제이: 재즈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 음악은 신발처럼 생산되는 제품이 돼버렸다. 전세계가 미국과 영국의 음악에 장악됐다. 인도네시아에 가서 전통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마돈나 음악 밖에 듣지 못했다. 이런 현실이 슬프고 아쉽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 새 음반은 언제쯤 만날 수 있나?

- 제이: 80% 정도 녹음을 끝낸 상태다. 내년 4월 발매할 예정이다. 음악? 다양하고 넓고 깊은 사운드를 선보이겠다.

비록 세월이 흘러 주름이 생기고 머리가 하얗게 변했지만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 만큼은 여전했다.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차림에 장수 뮤지션으로 자리잡은 '스파이로 자이라'. 한국엔 왜 이런 뮤지션이 없는 것일까.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