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산타랠리 물건너 갔다"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6시 28분


"연말이면 찾아오는 산타랠리, 올해는 없다"

19일 증시가 무기력하게 주저앉자 여의도 객장에는 "연말 산타랠리가 물건너 가버렸다", "올 농사 다 끝났다"는 한숨섞인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코스닥시장은 또다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거래소시장도 시종일관 530선을 위협받은 탓이다.

미국 증시 반등과 더불어 △국제유가 안정 △환율 안정 △연기금 및 근로자증권저축 도입 등에 힘입어 산타랠리가 재연될 것이란 불과 10여일전의 전망은 온통 잿빛으로 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증시를 둘러싼 내외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며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산타랠리 기대심리의 진앙지였던 미국 나스닥시장이 무기력하게 5일 연속 주저앉으며서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미국 첨단기술주들의 부진이 국내증시의 발목을 단단히 옭아매는 상황이다.

다행히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되찾고 있으나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시 엔화약세 기조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내서는 DJ정권의 최대 사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IMT-2000과 디지털위성방송사업의 사업자 선정에도 불구, 정보통신주와 디지털 관련주의 랠리를 촉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격언대로 통신주와 디지털 종목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연기금펀드의 확충과 근로자주식저축제도의 부활로 매수기반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기관투자가들도 연일 주식을 내다팔며 일반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가들의 힘을 빼고 있다.

한마디로 연말랠리를 유도할 만한 각종 재료들이 탄력을 받기는 커녕 사그라지고 있는는 형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러다가 '1월 효과(January Effect)'마저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템플턴투신운용의 강창희 고문은 "현재의 싸늘한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미국증시의 여건호전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미국의 금리인하가 적절한 시기에 단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장의 신뢰를 얻을 만한 단호한 금융권 구조조정이 현실화돼야 하며 국내수급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당국의 실효성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증권의 유남길 조사부장도 "증시에 신뢰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당장은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미 연준리가 하루빨리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세계증시의 동반상승 분위기를 조성해야 그나마 연말·연초 장세에 긍정적이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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