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신간]결연-충만한 삶에 대한 예찬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43분


변혁을 꿈꾸던 세대는 제각기 손을 털고 자기의 길을 갔다. 그러나 ‘주변의 무수한 삶과 그들의 고난을 사랑하자’던, 세계관으로서의 결연함은 많은 이들의 삶에 사라지지 않는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을 터다.

정철훈 시인은 첫 시집 ‘살고 싶은 아침’(창작과 비평사)을 신새벽의 결의와도 같은 충만함으로 채우고 있다. ‘가까이 가면 그들은 모두/손을 잡고 나아가고 있지/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자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한방울 한방울 이슬처럼’(새벽길) 맺혀 있는 군상을 시집의 서시(序詩)격인 ‘새벽길’에서 보여줄 때부터 그는 세대가 잃어버린 ‘충만함, 결연함의 연대’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해야겠다는/연민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내가 아는 별은 하나도 없었지만/이제부터라도 나는 별이 되고자 했다’(말할 수 없는 그리움)라는 데 이르면, 윤동주가 ‘서시’에서 펼쳐내는 가식 없는 삶의 예찬과 충만한 삶의 자세가 일종의 정신적 계보로서 이어지고 있는 함의까지 읽혀진다.

▽정철훈 지음/120쪽 5000원/창작과비평사▽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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