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獨食(독식)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56분


獨 食(독식)

獨―홀로 독 磁―자석 자 掌―손바닥 장

鳴―울 명 偶―짝 우 誅―목벨 주

儒家에서 가장 중시했던 德目은 물론 ‘仁’이었다. 이 추상명사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여 수십, 수백 종의 뜻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 한 마디로 정리하면 두 사람(二人), 곧 ‘나와 남의 關係’를 뜻한다. 그런데 그 ‘關係’의 주체가 내가 아닌 남이다 보니 항상 남의 입장에서 나를 비춰봐야 했다. 그래서 ‘나’라고 하는 개인보다는 ‘우리’라고 하는 人倫의 거대한 磁場(자장)속에서나 내가 존재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는 自我(self)의식이 결여돼 있었다. ‘個人’이 발달하지 않았던 이유다. 오히려 ‘나’라는 존재는 미완성, 부도덕, 불안한 존재로 여겼다. 그래서 나보다는 ‘남’, 하나 보다는 ‘둘’을 더 중시하게 된다.

정말이지 한자어에서 ‘하나‘를 뜻하는 단어치고 좋은 뜻을 가진 글자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것이 ‘孤’와 ‘獨’이 그렇다. 孤兒, 孤陋(고루·식견이 좁음), 孤立無援(고립무원), 孤掌難鳴(고장난명)….

홀몸을 ‘獨身’이라 하는데 나이가 들어도 혼자 살면 무언가 이상한 눈초리를 보낸다. 그래서 配偶者를 찾아야 하는데 그 ‘配偶’(배우)의 뜻은 ‘짝짓기’이다. 아무 兄弟도 없는 아들이 ‘獨子’며 옛날 중국에서 ‘獨立’을 宣言한다는 것은 곧 反亂(반란)을 의미했고 아들이 부모 품을 떠나 獨立하겠다면 불효막심한 행위로 여겼다.

또 獨裁하는 정치인을 獨夫라고 하여 誅殺(주살)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중국에서 獨步的인 존재는 尊敬은 커녕 비난, 매도, 질투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제멋대로 결단을 내리는 獨斷이나 나만 옳다고 여기는 獨善 역시 좋은 뜻이 아니다.

孤와 獨이 합쳐진 것이 ‘孤獨’인데 일부러 즐길 필요까지야 없지 않을까. 이럴 때 서양 사람들이 思索(사색)에 잠기며 개인의 발전을 꾀하는 데 반해 중국 사람들은 그러면 병이 난다. 그들에게 있어서 孤獨같이 무서운 병은 없다.

‘獨食’이란 말만해도 그렇다. 獨은 본디 승냥이 같이 생긴 일종의 야생개를 뜻한다. 워낙 욕심이 많아 먹을 것이 있으면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먹을 것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며 일단 차지하게 되면 자기 혼자 먹어 치운다. 漢字語의 ‘獨食’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승냥이 같이 먹는다’는 뜻이다. 본디 獨이 좋지 않은 뜻인데 그것도 혼자만 먹는다는 것은 물론 좋은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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