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언브레이커블>,"결말 알면 재미없다"

  • 입력 2000년 12월 4일 19시 45분


충격적 반전으로 영화 역사상 흥행 10위를 기록한 ‘식스 센스’(1999년)가 그랬듯,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차기작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도 결말을 미리 알게 되면 영화를 즐기기 어렵다.

반전의 강도는 ‘식스 센스’보다 약해도 나이트 샤말란이 ‘식스 센스’의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본다면, ‘언브레이커블’도 얽힌 매듭을 한 번에 풀어내는 반전의 묘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릴러 영화다.

승객 131명이 사망한 열차 사고에서 미식축구 경기장 경비원인 데이비드(브루스 윌리스)는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난 유일한 생존자다. 그는 만화 갤러리를 운영하는 엘리야(사무엘 잭슨)가 보낸 초대장을 받고 자신의 생존에 의문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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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와 달리 엘리야는 툭하면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 부전증 환자로 아픈 현실을 잊기 위해 영웅이 주인공인 만화에 빠져 살아왔다. “만화에서처럼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평생 다치지 않고 우리를 보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엘리야는 데이비드에게서 그 가능성을 보고, 그에게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절대 다치지 않는 남자와 늘 아픈 남자의 극단적인 대비다.

이야기를 질질 끄는 감이 없지 않지만, 샤말란 감독의 가장 빼어난 능력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절묘하게 혼합하고 비현실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현실적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 구성력이다.

초반부 열차 사고에서 살아난 데이비드가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고 사망자 유족들이 놀라 는 모습을 꿈결처럼 느리고 길게 잡은 장면은, 화면에 보이는 것 이면에 보이지 않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믿게끔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슬픔을 느끼는 데이비드의 우울한 일상에 대한 묘사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수도 없이 자문할 평범한 사람들의 번민을 반영하고 있다.

‘다이 하드’에서 액션 영웅을 연기할 때도 지친 표정으로 배역에 현실감을 불어넣던 브루스 윌리스는 슬픈 운명을 서서히 자각하는 데이비드에 적역이다. 사무엘 잭슨과의 연기 호흡도 좋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놀라움만을 바란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감각적 연출 없이도 보는 이를 이만큼 몰입하게 하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이 드물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식스 센스’에도 출연했던 샤말란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경기장에서 몸수색을 당하는 사내로 나온다. 9일 개봉. 12세이상.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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