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성전환 고백한 미시간대 린 콘웨이 교수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1분


미국 최고의 여성 컴퓨터 공학자로 꼽히는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의 린 콘웨이 교수(62)가 인생의 절반은 남성, 나머지 절반은 여성으로 살아온 ‘비밀스러운’ 얘기를 털어놓아 화제다.

미국 ABC방송은 지난달 30일 콘웨이교수의 일생을 장문의 기사로 소개했다.

콘웨이교수는 1938년 뉴욕주 마운트버논에서 로버트 샌더스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로 태어났다. 그러나 샌더스는 어린시절부터 여자아이처럼 생활했고 커가면서 자신의 성(性)에 대해 크게 고민했다.

샌더스가 여자로 살겠다고 결심한 건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한 17세 때.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주사를 맞아가며 학창생활을 했지만 적응을 못해 대학을 중퇴하고 말았다. 그후 얼마간 방황하다 다시 컬럼비아대학에 들어가 전기공학과에 다니면서 결혼하고 2명의 딸도 갖게 됐다.

60년대 중반 샌더스는 IBM사에 들어가 오늘날 컴퓨터혁명의 기초가 된 슈퍼컴퓨터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성의 혼란으로 자살 직전까지 갔던 샌더스는 결국 68년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 이름도 린 콘웨이로 바꾸었다.

콘웨이는 73년 제록스사의 팔로알토연구소에서 그토록 소원했던 여성 컴퓨터공학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후 MIT 방문교수를 거쳐 85년부터 미시간대 교수로 일해온 그는 컴퓨터 공학도의 필수교과서라 할 수 있는 ‘VLSI 시스템개론’ 등을 저술했으며 수십개의 상을 수상했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고 말했지만 ‘나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며 “나는 지금 떳떳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3년 전 미시간대 교수 재직시 만난 찰리라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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